성소수자 부모모임 27차 정기모임 대화록
2016-08-12 오후 18:32:49

성소수자 부모모임 스물일곱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부모모임 스물일곱 번째 정기모임 웹자보.png

 

 

 

 

 

 

일시: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4시

 

장소: 서울 마포구

 

참석:

 

- 라라: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지월: 트렌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 뽀미: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

- 들꽃: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초코: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빅뱅과 부부)

- 빅뱅: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초코와 부부)

- 김혜숙: 트렌스젠더 아들을 둔 어머니

- 지미짱: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예준 아빠)

- 샤넬: 게이(가족이 전혀 모름)

- 모리: 게이(가족이 다 알고 있음)

- 바람: 게이(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어나더: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오소리: 양성애자(누나만 알고 있음)

- 채린: 레즈비언(부모님이 알고 있음)

- 스톤: 게이

- 예준: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팀: 게이

- 퐁퐁: 게이

- 보우: 레즈비언(레인과 자매, 동생)

- 레인: 레즈비언(보우와 자매, 언니)

- 에이프럴: 미국에 있는 성소수자 자녀

- 에이미박: 레즈비언

- 김예리: 성소수자 (남동생이 알고 있음)

- 케이: 퀘스쳐너리

- 하미란: 레즈비언오다록ㅁ

- 송이원: 레즈비언

- 오민석: 양성애자

- 차면환: 게이

- 오다록: 이성애자

- 명휘수: 퀘스쳐너리

- 존: 양성애자

- 람보: 게이

- 최예림: 레즈비언(FTM 오빠가 있음)

- 심기용: 게이

- 몽이: 게이

- 에스더: 이성애자

 

 

 

사회: 어나더

속기: 모리, 오소리

 

 

 

어나더: 스물 두 살 대학생이고 부모모임에서 일년 반 정도 활동했고, 부모님에게 의도치 않게 커밍아웃했고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샤넬: 26살 게이입니다.

 

퐁퐁: 행성인 신입회원입니다.

 

에스더: 처음 참가했습니다. 성소수자인 가족은 없고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보고 지지하는 사람도 와도 된다고 해서 왔습니다.

 

지월: 아들이었던 애가 트랜스젠더로 딸이 됐습니다.

 

에이프럴: 미국에 있는 성소수자 자녀입니다.

 

보우: 24살 레즈비언입니다.

 

김예리: 24살 대학생입니다.

 

하미란: 레즈비언입니다.

 

레인: 보우의 친언니이고 레즈비언입니다.

 

라라: 트랜스젠더 딸이 있는 엄마입니다.

 

들꽃: 동성애자 아들이 있어요.

 

초코: 아들 때문에 왔습니다.

 

빅뱅: 초코와 부부. 아들 때문에 왔어요.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람보: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최혜림: 미국에서 왔는데 클라라윤님이 소개시켜주셔서 여름에 있는 동안 여기 왔고 저는 레즈비언 오빠는 FTM 이에요. 스물 세 살입니다.

 

뽀미: 레즈비언 딸을 두고 있는 뽀미입니다.

 

예준: 스물 한 살 남성 동성애자이고 부모님에게 이틀 전에 커밍아웃했습니다.

 

지미짱: 예준이 아빠입니다.

 

김혜숙: 제 딸이 아들로 전환했습니다. 미국에 있기 때문에 딸을 이해하고자 왔습니다.

 

팀: 행성인 활동하고 있고 남성 게이입니다.

 

오소리: 남성 양성애자이고 누나에게만 커밍아웃했고, 행성인에서 상근 활동 하고 있어요.

 

스톤: 스물 두살 게이입니다.

 

바람: 게이입니다.

 

심기용: 스물 두살 대학생 게이입니다.

 

김현세: 스물 한 살 동성애자입니다.

 

케이: 일본에서 온 케이입니다.

 

채린: 뽀미님 딸 문이채린입니다.

 

에이미 박: 시애틀 근처의 올림피아에서 왔어요. 미셀 박, 쌍둥이 시에라 박, 박성실, 줄리안 박, 박 성주 입니다.

 

 

 

자기소개 끝

 

 

 

어나더: 먼저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

 

예림: 오빠는 사년 전에 커밍아웃 했는데 부모님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지지를 많이 해주시지만 저는 아직 커밍아웃 안 했어요. 큰 폭탄을 또 떨어뜨리는 것 같아서. 올란도 사건 이후에 페이스북에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용기 있는 반응을 많이 받았고. 클라라 윤의 소개로 오게 되었습니다.

 

어나더: 커밍아웃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예림: 오빠가 잠깐 멕시코에 가서 부모님과만 있을 때 혀 끝까지 말이 차올랐는데 말을 못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나더: 페이스북 커밍아웃은 어떻게 하셨어요?

 

예림: 사람들이 올란도 공격이 테러라고 하는데 아닌 것 같아요. 공격의 동기가 일상생활에 있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이 트랜스젠더 화장실 이용 못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일상적으로 동성애자들을 역겹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다 그런 동기가 공격의 배경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테러리스트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서 페이스북에 커밍아웃하게 되었습니다.

 

어나더: 반응이 어땠어요?

 

예림: 좋았어요. 전 여친 이모님들도 메시지로 지지 주시고. 의외로 지지 많이 해주셨어요.

 

어나더: 이 부모모임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있으신가요?

 

빅뱅: 행복해요?

 

예림: 되게 많이 행복해요.

 

빅뱅: 저는 이성애자이고 동성애자 아들이 있는데 아들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요. 저의 경우는 여기에 당사자인 사람들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게 클 거라고 생각해요. 분노했던 건 퀴어문화축제 끝나고 댓글을 유심히 봤습니다. 현장에는 제가 못 가봤는데, 현장의 상황에 이쪽에선 축제를 하고 저쪽에선 반대 집회를 했잖아요. 기독교 쪽에서 뭐라고 했냐면 우리는 인정하는데 ~~ 화가 났어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김조광수 커플 나왔는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동성애자인 아들을 볼 때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걸 겪었어요. 제가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이러니까, 그 아이와 어떻게 할까. 제가 궁금했던 건 당사자분들이 저는 저 자신에게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사랑스럽게 볼 수 있었을까? 내가 위선을 하는 게 아닐까. 저는 철학과 정치를 전공했는데 저희 집안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서로 차별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어요. 여러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세상을 이끌어온 사람들은 소수자들이었어요. 크레타 섬에는 눈이 하나인 사람들의 세상인데 눈이 두개인 사람이 오면 병신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아직 소수자인건 인정해야할 부분, 아까 행복하시냐고 물어본 이유는 여러분 중에 일반인들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지하철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할 사람들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행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주시고 오늘 여러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동성애자가 많이 사는 도시가 창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뽀미: 아버님 행복하세요?

 

빅뱅: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정의롭기 위해 노력했고요.

 

뽀미: 아드님에게 지지한다고 이야기 하실 거죠?

 

빅뱅: 당연하죠. 첫째 애는 엄마를 닮았기 때문에 엄마가 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평소에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아이이기도 하니까요.

 

뽀미: 궁금한데, 굉장히 잘 받아들여주실 것 같은 부모님인데 자녀분은 왜 먼저 이야기를 못했을까요?

 

빅뱅: 긴가민가한게 있었는데 최근에 확실한 정보를 찾아냈어요. 아직 아내에겐 그 정보를 못 보여줬어요.

 

초코: 저는 해외 여행가서 게이나 성전환자 티비로만 봤지 지금도 여기 올 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안 받아들여지는게 사실이에요. 아들이 셋이고 예전부터 기집에 같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특별한 아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여기 온건 애한테 최대한 상처를 안 주게 해결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빅뱅: 제가 주저했던 게 저희가 먼저 이야기했는데 본인이 부정하면 굉장히 곤란해질 것 같았어요. 본인이 맞아도 부정할 수 있잖아요. 제가 그 자료를 뒤져서 찾은 건 아닌데, 얘가 휴대폰 바꾸면서 싹 다 지웠다고 생각했겠죠. 휴대폰에서 틱톡이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 싹 다 지웠는데 그걸 안 지웠더라고요.

 

초코: 제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걸 다 하시나요?

 

들꽃: 제가 우리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걸 8년 전에 알았는데, 학교에 있어야 할 애가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밥도 안 먹고 그랬어요. 연중 행사이고 예민한 애인가 보다 했는데, 참 순하고 착하고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아들이 말하기 전에 제가 먼저 알았어요. 아들한테 물어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냐면 너 무슨 고민 있지? 엄마 들을 준비 돼 있어. 그랬는데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편지를 써서 ‘실은 나 눈치 챘어...’ 이렇게 썼어요. 제 여동생이 미국에 살고 상당히 깨어 있는 사람인데,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다양한 사람들 중의 하나 일 뿐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제가 한 말인 것처럼 아들아, 이런 거야. 괜찮아. 지구가 뒤집혀도 엄마는 내 편이야. 괜찮아. 엄마 너 사랑해. 이렇게 썼어요. 아들이.

 

빅뱅: 제가 위키 백과에 가서 성소수자들이 쓰는 용어를 많이 공부했어요. 왜냐면 틱톡을 보니까 이상한 용어가 많아서. 저는 한 번도 동성애 포르노를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한 번 봤어요. 근데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내가 이성애에 길들여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봤는데 아무 느낌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왜 마음을 열게 됐냐면 동성애자들이 세상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더라고요. 이번에 김조광수씨의 대담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서 배우게 됐어요. 제가 여기서 여러분들 얼굴 표정을 보니까 행복해 보여요. 그렇다면 이해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인간은 행복 하려고 사는 건데. 여러분의 존재 만으로도 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하지만 ‘너 게이지?’ 물었을 때 아니라고 답하면 굉장히 불편한 상태가 될까 봐 걱정입니다.

 

예림: 저는 당사자가 먼저 이야기할 때 까지 기다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분이 커밍 아웃 하게 만들고 싶으시면 옆에서 영화 같은 거 보면서 힌트를 좀 주세요. 왜냐면 아웃팅 당하는 게 생존의 위협이 되거든요. 방어적으로 되고. 아드님도 삼십 년 동안 기다렸잖아요. ‘성소수자 영화 봤는데 좋더라.’ 그런 식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지월: 그리고 사실 금방 눈치 챌 거예요.

 

빅뱅: 여러분이 우리가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걸 아실 거예요. 사실 알고 난 다음에 제가 찾아봤던 게 솔직히 뭐냐면 특히 언론에서 남자아이들끼리 에이즈 이런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근데 우리는 같은 수건을 쓰고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는데 과연 건강한 성생활을 하는가. 이해를 해야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과연 안전한가 하는 고민이 먼저 들었어요. 먼저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굉장히 급해지는 거죠. 벗은 사진 서로 왔다 갔다 보내주잖아요. 그걸 얘기만 듣고 있다가 당사자의 자료를 보게 되니까. 말하긴 어려워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어나더: 아버님이 알게 된 통로가 육체적인 게 역겹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더 크신 것 같아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자녀가 삼십 대가 넘었는데 그 분이 안전한 섹스가 뭔지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만에 하나 병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관리와 약 처방을 받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빅뱅: 이 자리에서 동성애가 인권인지 아닌지는 모두 동의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실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게 삶으로 다가왔을 때 그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가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뽀미: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알고 싶으시다는 데 대답해주실 분?

 

예준: 편지로 말씀드렸어요.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부모님이 물어보시면 저는 아니라고 할 거 같아요. 처음에 아무에게도 커밍아웃 안했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그럴 때마다 인정받으니까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한테 할 생각을 했는데 잘 커밍아웃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해서. 아직 이틀 밖에 안됐어요.

 

지미짱: 아 여기 있는 학생이 애기한 것처럼, 선생님 말씀 듣다보니 제 아들이 커밍아웃 해준 게 이틀 전이거든요. 그때 너무 놀라웠는데 말씀 들어보니 전 그래도 괜찮은 케이스란 생각이 들어요. 또 제 생각에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부모들이 뭔가를 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예준: 네. 부모님이 성소수자를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선진적인 마인드여서. 어떻게 해든 나를 사랑해줄 거란 확신이 들게 해주셨어요.

 

어나더: 그럼 예준씨는 사전 기간이 있으셨을 거에요. 커밍아웃 준비를 어떻게 하셨어요?

 

예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군대를 가기 싫어서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말씀드리려면 저의 성향에 대해서도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한 달 반쯤 전 말씀드리자 생각을 하고, 편지를 쓰고 엄청 다듬었어요. 그건 부모님이 잘못하신 것도 아니고, 저는 동성애자다. 그리고 미국 유학 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말 씀 드렸죠. 마음의 준비가 다 되기를 기다리는 거에요.

 

빅뱅: 김조광수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15년을 힘들어하셨대요. 그래서 저는 이미 정보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어차피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 15년을 고민하는 건 아깝잖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그런 길을 걷지 않고, 정말 행복하게, 그런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질문을 드리는 거에요.

 

예준: 최대한의 방법은 미디어나 그런걸 보면서 우리가 동성애자나 성소수자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암시를 하는 것, 그게 최고인 거 같아요.

 

뽀미: 예준씨 어머니는 반응이 어떠세요?

 

예준: 어머니가 출장을 되게 자주 가셔서, 말씀드린 다음날 출장을 가셨어요. 그래서 못 오셨는데 어제 카톡이 왔더라고요. 엄마가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고 그래서 저도 엄마가 미안할 게 뭐있냐고 그랬어요. 어머니도 저를 행복하게 지지해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전 내쫓길 각오도 하고 돈도 모아두고 말한 건데, 저는 전환치료 받자 이런 거 까지 생각했고 다행히 인정은 해주셨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한 거 같아요.

 

어나더: 아버님은 어느 정도까지 상태가 소화되셨는지, 그 이틀간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처음과, 지금 내 아들이 게이라는 것에 대해서.

 

지미짱: 아직 소화가 되었다곤 할 수는 없죠. 지금 현재 이해할 얘기는 아닌 거 같습니다. 저희 집은 굉장히 행복했거든요. 제 처가 밤을 샌 게 두 번인데 한 번은 예준이가 애기 때 경기를 일으켜서 밤을 새고 그리고 지난 목요일 밤을 샌 거. 전 둘 다 잘 잤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은 아직 멍멍합니다. 이 자리까지 오는 것도 두 번을 번복했습니다.

 

예준: 제가 처음에 오시라고 했는데 아빠가 좀 주저하셔서, 그럼 다음 달에 오시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자기도 오시겠다고 그래서 제가 많이 알려드리려고요. 전 오랫동안 이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했는데 아버지는 모르시니까. 그래서 ‘바비를 위한 기도’도 보여드렸습니다.

 

지미짱: 취미생활로 제가 방통대를 들어갔거든요. 작년에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해 레포트를 썼는데 동성애 문제였습니다. 당시에, 열심히 공부하고 그런 이유들 때문에 아내보다는 더 잘 이해한 거 같습니다.

 

뽀미: 전혀 눈치 채지 못 하신 거죠?

 

지미짱: 네. 전혀 눈치 못 챘습니다.

 

예준: 무슨 말이라도 하면 의심받을 것 같다는 공포가 있어서 남자 연예인 봐도 말을 잘 못하고 한 달 정도는 좀 티를 낸다고 저 나름 티를 냈어요. 엄마가 며칠 전에 밥을 먹는데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여자 친구 안 사귈 거냐고. 그래서 제가 저는 그런 얘기는 불쾌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불쾌한 거냐고 불편한 거냐고 묻더라고요 . 좀 눈치를 채신 거 같아요.

 

어나더: 커밍아웃 해야겠다는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준: 친구들한테 커밍아웃을 시작했어요. 진짜 친한 친구한테 얘기 할 때, 손을 떨면서 카톡으로 얘기했거든요. 얘가 인연을 끊을지도 모르는 공포심도 있었고. 근데 다들 괜찮더라고요. ‘아 그래?’ 이렇게 반응하고. 그래서 제 친구들은 전부 제가 동성애자인걸 아는 상태인데. 그래서 부모님들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뽀미: 몇 살 때 느꼈어요?

 

예준: 중학교 1학년 때 반에 잘생긴 애가 있었거든요. 통제할 수 없이 만날 쳐다보고. 수업시간마다 보고, 걔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 때 자괴감이 많이 들었고. 그래도 인터넷이 발전 된 상태여서 제 성적 지향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작년부터 벽장문을 열다가 커밍아웃도 하게 되었습니다.

 

지미짱: 얘 밑으로 고1 딸이 있거든요. 학원 갔다 왔는데 엄마가 울고 있어서 무슨 일이냐 묻길래 오빠가 유학을 간다고 둘러댔는데 제가 딸한텐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집에서 딸만 모르고 있는 상태라.

 

빅뱅: 그건 오빠가 말해야 할 부분 아닌가요?

 

예준: 그때 부모님이 말하시더라고요 동생한텐 말하지 않는 걸로 하자고. 동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좀 무서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김예리: 남동생이 있는데, 남동생한테 커밍아웃 했을 때 ‘왜 여태까지 안 말했어? 나 여태까지 기다렸어. 누나가 말해줄때 까지’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제 동생이 15살일 때였어요.

 

빅뱅: 요새 애들은 엄마 아빠보다 더 이해심이 클 수 있어요..

 

김예리: 또 다른 친구는 동생한테 말했더니 동생 반응이 ‘그래서 어쩌라고? 왜 나한테 말해 알아서 앞가림 하고 살아 하하.’ 이랬다고 하더라고요. 현재로서는 전 여자가 좋고, 물론 사람이니까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여자가 좋고 사귀고 있습니다.

 

초코: 애인 있는 그런 건 충분히 이해를 하는데, 젊은 세대니까. 자라나는 세대는 저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이미: 근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양성애자라고 하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우리가 성기를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을 사랑하는 거잖아요. 근데 우리 사회가 한 쪽으로 밀기 때문에 당연하게 저도 당연하게 아이를 낳고 결혼해야겠지 했습니다. 근데 저는 아버님한테 박수를 드리고 싶은 게 저희 아빠가 감리교 목회를 하셨어요. 그리고 80년대 이민을 가셨습니다. 이민을 가면, 자라는 게 거기서 끝나요. 사고방식이 여기 있으면 계속 배우고 느끼고 넓혀지는데, 이민을 가면 딱 거기서 끝나요. 90년대 이민 오면 90년대 80년대 이민 오면 80년대에 끝납니다. 저도 13살에 이민을 갔는데 어떻게 보면 저도 그때 멈춘 게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아들을 이해하고 노력하시는 게 너무나 부럽고 대단해요. 전 정말 힘들었거든요. 기독교 정신,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 부모님의 목사로서의 정체성. 근데 그 모든 것을 접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영화 이런 것도 보셨다고 하니까 엄마 아빠를 조금만 더 믿으면 자녀분도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초코: 지금 결혼 하셨다고 하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행복하시나요?

 

에이미: 저희가 같이 있는지 16년 됐어요. 아마 이성애자였으면 바로 결혼을 했을 거에요. 남자친구 있어도 결혼은 뭔가 아니다 싶고 계속 공부만 했어요. 그러니까 부모님이 언제 결혼 하냐고 묻더라고요. 여하튼 일하다가 지금 배우자를 만났어요. 저는 아동심리학, 아내는 영유아 소아 재활치료를 배웠는데 그런 일을 해군에서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이 사람이과는 같이 아이를 기를 수 있겠다 싶어서 아이를 같이 키우게 됐고 정말 행복해요. 아드님 부분을 다시 말씀드리자면, 아마 아드님이 커밍 아웃하기 힘드실 거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가 물어보셨는데 저는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한테는 너무 진중한 부분이니까. 두 분 같은 경우는 지금 이해심이 강하시니까 다가가시면 충분히 커밍 아웃 할 것 같아요.

 

빅뱅: 전 그게 묻고 싶어요. 커밍 아웃 이후에 부모님이 과연 100프로 지지를 해주고 있는 것인지 그게 과연 진실인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이해하는 모습이 위선일 거 같단 생각도 들고. 그게 멋있어 보이고 그래서 흉내 내는 것일 수도 있단 생각도 들어요. 아내한테 말했을 때 맨 처음 반응이 ‘내가 무슨 죄가 있어’ 이렇게 얘기해요.

 

초코: 지금 와서 여기 몇 분 얘기 들어가니까 여기 속이 꺼져 내려가요. 정말 제 자식 잘생겼고 멀쩡한데, 그렇게 멀쩡한 놈이 왜.

 

빅뱅: 그래서 제가 손을 잡고 말했어요. 조금 이 부분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

미국: 저는 이해가 안 가는 게, 성소수자가 커밍 아웃하면 왜 잠자리만 떠오르는 지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이성애자 딸이 있으면 그 애가 야동 본 게 걸리면 딸이 그거 하는 상상 안 하잖아요. 자기 자식이 동성애자라고 하면 왜 바로 그리로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빅뱅: 하지만 물어볼 것이 없으니까.

 

초코: 하나만 질문 더 할게요. 제 생각에는 얘를 별도로 따로 나가살 게 하면 어떨까요? 부담감 안 느끼도록.

 

빅뱅: 나가 살게 하면 걔는 더 편해 하지 않을까요?

 

에이미: 묻고 싶으신 게, 지금 힘드신 게 사회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요?

 

초코: 저는 자식이 워낙 내성적이고 그러니까 우울증이나 그런 걸 않을까봐 그렇습니다.

 

에이미: 저는 엄마는 교인이고 되게 성경적이신 분이지만, 그 본질을 보면 최면이더라고요. 남이 어떻게 나를 볼까, 동양적인, 내 자식이 박사고 뭐고 이러면서 자랑스러워하고. 근데 내 자식이 게이래. 그런 거에 타격을 받더라고요.

 

예준: 독립시켜 주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제가 회사 근처로 독립을 했는데 독립을 하고 나니까 좀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게이 친구랑 있다가 집에 들어가면 엄마 아빠 얼굴을 보면 말을 못 하겠는데, 독립해서 집에서 완전히 편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 독립한 게 제 커밍 아웃에 많이 도움이 된 거 같아요.

 

기용: 저는 얘기를 들으면서 2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연구실에서 성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성생활에 대해서는 성생활은 하는 사람이 가장 전문가에요. 예를 들어서 뭘 먹고 식중독일 걸릴 수 있고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날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일일이 그 상황에 대해서 개입하기 보다는 건강하고 별 일 없게 믿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커밍 아웃하고 부모님이 어떤 부분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제가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아요. 내가 불행하다면, 내가 행복하다면 게이라서 또는 게이라는 이유라고 하는 거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고 압박일 거 같아요. 그냥 건강하길 그냥 행복하길 빌어주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자취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뽀미: 우선 제 딸 레즈비언이 여기 이 자리에 있어서 좀 고민이 됐지만 우선 아버지의 첫 번째, ‘진짜 순도 높은 100% 이해해주는 부모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 딸이나 당사자한테 들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두 번째, 지금 제 딸이 25살인데, 25살 이전에 엄마가 기억하는 본인의 성생활이 굉장히 문란했다는 거. ‘왜 그렇게 여친을 자주 바뀌니, 왜 그렇게 모텔 비를 많이 쓰니, 왜 그렇게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니’ 그런데 그걸 속이지를 않았고, 엄마도 그 정도만 말을 했을 뿐이고. 그런데 제가 어느 순간 저 애가 왜 그렇게 파트너를 만나려고 애를 썼는지, 왜 그렇게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려고 했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 외로웠던 거에요. 진짜 20살, 21살 그때 미팅을 하고 남자를 만나고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는 연애를 그걸 자기도 너무 하고 싶었던 거지. 그런데 그거를 이상하게 자기는 길게 사귀고 싶어서 만났는데, 그 마음으로 만났는데 자꾸 깨지고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그거는 그냥 진짜 자기를 영원히 사랑해줄 애인을 만나고자 하는 제스처일 뿐, ‘성생활을 제외하고 밥만 먹어야 돼, 손만 잡아야 돼, 영화만 봐야 돼’ 이런 게 아니라 항상 옆에 없으면 외로움을 느꼈던 그 마음은 우리 소수자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어요. 진짜 자기를 지지해주는, 부모. 부모가 지지자가 되면 좋은데 그런 지지자가 많이 없으니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애를 쓴다는 걸 저는 알게 됐습니다. 근데 가끔은 그렇게 얘기해요. ‘야, 네가 이성애자 여자면 진짜 문란한 거야. 네가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그렇게 만나면 되냐? 너무 고갈되지 않아? 거기에 너무 많이 쏟아 부으면?’, ‘레즈는 이래도 돼.’ 이러지 말고 ‘정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 할 정도로 정말 애인을 찾으려고 너무 노력을 했어요. 얘가 왜 그렇게 까지 애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는지, 외로웠고 힘들었는지, 그런 걸 엄마가 이제 알 거 같아요. 그런 속 깊은 얘기를 하면서요.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만난 애들은 대부분 클럽 가고 파티가고 내일이 없는 것 같은 애들과 놀았던 거에요. 그래서 자주 깨졌던 거죠. 그래서 ‘네가 길게 갈 수 있는건 어떤 사람의 유형을 만나야 할까?’ 그런 걸 생각해보자해서 결국은 그런 친구를 만났어요.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 만나는 장거리 연애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물론 언제 그 관계가 깨질진 모르지만, 이번은 그 관계가 깨지더라도 그만큼 성장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서울에 올라오면 오자마자 안아주고 우리 집에서 재운답니다. 또 하나의 딸이 생긴 것처럼. 그러니까 그 미친 듯이 했던 연애를 끊었어요. 외로워서 그럴 거 같아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요. 우리 아이들이 25살이든 30이든 굉장히 현명하게 자기 일을 책임질 거라고 믿습니다.

 

채린: 빅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저는 굉장히 인복이 많은 케이스에요. 되게 복을 타고나서, 여동생한테 커밍했을 때도. ‘헐 정말? 힘내.’ 이게 다였어요.

 

뽀미: 여동생이 몇 살이에요?

 

채린: 여동생이 중학교 1 학년 때. 성격도 쿨하고. 아버지는 더 이런 것들을 초월하신 현명하신 분인데 이게 선천적인 것이 아니고 후천적이고 바뀔 수 있는 거라고 해도 뭐가 중요하냐. 이게 선택이라 해도 이게 아무한테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고 본인이 그렇게 살면 행복하다는데 사람이 사는 거에 어떻게 혐오를 가지고 말할 수 있냐. 이게 선택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네가 행복해지는 길을 가겠다면 우리는 그걸 지지할 뿐이지. 다만 엄마랑은 좀 트러블이 있었어요. ‘네가 남자를 만나든 터치를 안했는데 네가 여자를 만난다고 터치를 해야 되냐?’ 라고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얘기를 할수록, 제가 그 때는 10대고 질풍노도의 시기니까 그런 맘으로 잘못 알고 있겠거니, 돌아오겠거니 와 닿지 않으셨던 거고 근데 제가 꾸준히 얘기 했어요.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래서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할거고 이렇게 사는 게 내 행복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계속했어요. 처음에 엄마가 검사를 해보면 좋겠다. 그게 증거로 나오면 믿어주겠다. 혹은 네가 레즈인 거 신경 안 쓰겠다. 다만 동참하라고 말하지 마라. 이런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서로를 이해하려고 했던 서로의 노력이란 거죠. 아버님이 자꾸 ‘내가 위선일까?’ 하고 걱정하시는데 위선이여도 좋을 거 같아요. 걱정되는 마음에 연기하는 거여도 좋고. 저는 이게 하루 이틀 안에 해결 될 문제라고 생각 안 해요. 저희 어머니가 저를 완전히 이해하고 여기까지 오시기에, 제가 25살이잖아요. 17살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보시면 부모님 세대 사전에는 성소수자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자녀분들도 그걸 이해하고, 그 간극을 소통으로 계속 채우려고 해요. 완전히 이해 못해, 완전히 이해해 하는 지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계속 성장을 하니까.

 

 

 

휴식시간

 

 

 

송이원: 최근에 거의 커밍아웃을 강요당하게 되어서 고민을 하다가 부모모임에 나와서 이야기를 도와드리고자 왔습니다. 레즈비언입니다.

 

오민석: 24살이고 양성애자입니다.

 

차면환: 27살 대학생이고 동성애자입니다.

 

오다록: 25살이고 이성애자예요.

 

명휘수: 양성애자와 레즈비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존: 24살이고 바이섹슈얼입니다.

 

 

어나더: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람보: 저는 천주교를 믿는 게이거든요. 부모님에게 말했을 때 가장 고민이셨던 게 종교적인 거였어요. 종교적인 건, 답이 없더라고요. 신부님들 말이 다 똑같고.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면 안 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반항심이 생겨요. 나는 나 자체로 살고 싶을 뿐인데 왜 그런 걸 주입시키려고 하나.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그래서 종교를 가진 성소수자 분들 계시면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들꽃: 그런 말, 보지 마세요. 신부님조차도 몰라서 그런 거니까. 가톨릭이 교리 상으로는 안 되는 거긴 한데, 신부님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하는 신부님 많아요. 작년에 ‘동성애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 논쟁을 했는데 안 받아들이는 거로 결론이 나긴 했어요. 투표에서. 근데 받아들여야한다는 의견과 거의 동수였어요. 그 의미는 시간의 문제라는 거예요.

 

람보: 근데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것 같아요.

 

들꽃: 저도 가톨릭에서 30여년을 몸담고 살았는데, 저는 오히려 지금이 더 하느님과 더 가까운 관계가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하느님과의 관계가 튼튼한 동아줄 같은 관계거든요. ‘예수 성경 동성애’라는 책이 도움이 많이 돼요.

 

빅뱅: 저는 동의하지 않는 게, 성소수자라는 표현 자체가 권력 관계를 나타내는 거거든요.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다수결의 ~~.

 

민석: 제가 엄마랑 되게 친하고 살가운 아들이고 애교도 많고 한데, 제가 양성애자니까 여자 친구도 되게 오래 사귀었거든요. 엄마한테 지나가다가 한번 이야기 했었는데 너는 여자도 좋아하니까 돌아올 수도 있지 않느냐 묻고, 친구들에게도 거의 다 이야기 했는데 저를 걱정해주는 친구들은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사는 일이 힘든 일이니까 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어요. 엄마도 잘 안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친척들 중에서도 첫째고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누구누구네 집 아들 민석이가 뭐 이렇대,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부모님이 저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되니까. 그냥 여자만 계속 좋아해야하는 걸까 싶었어요. 저도 전역하고 나서 성소수자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군대 가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오래 연애를 못 했어요. 제대로 된 이야기를 사람들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만 이상한 건가. 지하철에서 마주치면 진짜 평범한 사람들인데 가서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고 하니까 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연락이 끊겨도 되는 사람들에게만 이야기하는데, 마지막에 커밍아웃한 사람은 제가 이쪽인 걸 알게 된 첫 사랑이었어요. 너 덕분에 남자에게도 관심이 있는 걸 알게 됐다.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는 아니어도 엄마에겐 말하고 싶은데 엄마는 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 것 같아서 못하겠어요.

 

어나더: 양성애라는 게 그 순간의 감정이잖아요. 그 순간에 충실한 거고 그 안에서 내가 양성애자라고 커밍 아웃하는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잘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양성애자라고 이야기하는 건 이러 이러한 이유 때문이야. 이렇게. 양성애자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채린: 제 여자 친구는 양성애자에요. 예전에는 무서웠어요. 오래 사귀어도 결국은 혼기가 차면 남자랑 결혼하는 거 아닐까. 회사에서 가족들에게 압박을 계속 받으니까. 그냥 괜찮은 남자 만나서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 사는 거예요. 그런 경우가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양성애자를 만나는 게 두려웠어요. 근데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사랑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인위적으로 그 사랑을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그 기적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고.

 

예림: 저도 전 여자 친구가 양성애자였는데요, 저도 처음에 무섭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게 된 건 이성과 만약 만나게 되어도 내가 이성애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양성애자로서 이성을 사랑하는 거잖아요. 그걸 부모님에게 잘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나더: 뽀미님이 예전에 양성애자로 커밍 아웃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라고 말하셨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뽀미: 지금도 남자와 결혼하라고 설득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소수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엄마가 알기 때문에요. 기득권 사회에서 삐져나오지 말고 순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제발 이성과 결혼하기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성애자라고 커밍 아웃한 게 아니라 양성애자로 커밍 아웃했다면 온전히 지지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런 부모님을 이해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머니에게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고, 어머니의 걱정도 이해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자식도 부모 마음을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엄마가 그거 안 받아들여 주겠어요? 받아들여 줄 거라고 생각해요.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감

 

 

에스더: 전에 퀴어 영화를 보는데 남자와 남자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엄청 충격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더라고요.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수술을 하려고 겪는 ~~.

 

지미짱: 혼란스럽습니다. 혼란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레인: 저는 엄마 반응을 보고 우리 엄마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오신 분들 보니까 다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예리: 저는 아까 뽀미님이 말씀하실 때 부모님에게 빨리 말씀을 드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말을 정말 잘 들었거든요. 친척들이 칭찬할 정도로. 근데 그게 오히려 더 부담이 되는 거예요. 폭탄을 던져야 하는데 ‘차라리 어릴 때부터 망나니처럼 하고 다녔으면 오히려 더 쉽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제가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근데 내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일부분을 말하지 못하고 죽으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뽀미: 최악의 상황을 미리 머릿속에서 그려요. 같이 죽자는 말 나올 거예요.

 

예리: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심지어 한번 아셨어요. 제 일기장을 보시고는  너 OOO(여학생) 을 좋아하니? 라고 하셔서 그렇다고 했더니‘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돼!’ 하면서 방에서 돌아누우셔서 일주일을 말을 안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