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왜 성소수자가 된 건지 모르겠어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정확히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전적,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에 의한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에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대부분 어린 시기에 형성됩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나 성별의 다양성은 양육 방법이나 특별한 경험 때문이 아닙니다. 누군가 잘못해서 성소수자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혹은 자신의 가족이 왜 성소수자인지 묻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다른 질문을 한번 던져보십시오. 성소수자인 이유를 묻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성소수인 이유를 알게 되면 성소수자를 다르게 대하게 될까요? 원인이 무엇이든, 성소수자들도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공평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성소수자인 것이 잘못된 것인가요?

 

아닙니다.

모든 시대, 모든 문화권에서 스스로를 레즈비언, 게이, 양성에자, 트랜스젠더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동성애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며, 이는 미국정신의학회와 미국심리학회에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바 입니다. 동성애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목록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이미 1974년에 삭제되었습니다. 트랜스젠더이거나 혹은 다른 성별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질병이나 장애가 아닙니다(세계 트랜스젠더 건강 전문가 협회 WPATH). 어떤 이들은 왼손잡이인 것처럼 성소수자인 것은 인간 다양성의 한 부분일 뿐이며, 그 사람의 부분적인 특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성소수자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성소수자의 삶에는 오히려 기쁜 일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 일터, 종교 시설 등의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차별적인 법과 정책, 사회적 시선이 성소수자와 그들의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들이 온전한 시민권을 돌려받고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나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치료할 필요도 없습니다.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려는 시도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종교 기관을 중심으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종교적 믿음일 뿐 과학적인 평가를 받은 결과가 아닙니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연구는 전혀 없으며, 그러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은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행동 양식이 바뀐 경우를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를 포함한 대다수의 주요 학계에서는 “전환 치료”라고 알려진 성소수자 치료 시도가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정신적, 신체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자신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어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다르다"고 느끼거나 동성에게 끌렸다고 말합니다. 트랜스젠더인 사람들 중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나 사회가 기대하는 성별정체성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말해 온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청소년,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접하기가 더 쉬워지면서 자신이 느끼는 것의 정체를 더 쉽게 알아낼 수 있게 되고 커밍아웃하는 나이도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이해하는 것은 평생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떻게 커밍아웃 해야 할까요?

 

커밍아웃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자신의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에 편안함을 느끼는가? 지지를 받고 있는가?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가족과 친구들이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계획을 짜고, 커밍아웃이 잘 안 됐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둬야 합니다. 자신이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단계를 겪었던 것처럼, 가족과 친구들도 비슷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조건 없는 사랑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도 당신이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만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성소수자가 가족을 이룰 수 있나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동성결혼이 가능하고, 가까운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도 동성결혼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동성 커플의 입양도 많은 국가에서 허용되어 있습니다. 한국에도 결혼식을 올리고 동거를 하는 등 실질적으로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살아가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성소수자도 가족을 이룰 수 있고,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만큼이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가족을 이룬 성소수자들은 법적인 보호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수당, 보험과 연금의 배우자 승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대출과 공공 주택 등 이성 커플들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동성 커플은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차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배우자가 아파도 보호자로 수술동의를 할 수 없고, 한 쪽이 사망해도 배우자로서의 아무런 권리도 갖지 못합니다.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트렌스젠더는 꼭 성확정 수술(의료적 트랜지션)을 해야 하나요?

 

성확정(트랜지션)은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상태의 성별 정체성으로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말투와  옷차림부터 호르몬 요법과 성확정 수술, 법적 성별 변경 등을 자기 스스로 편안하게 느끼는 상태로 바꿔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어떤 과정은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과정을 꼭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확정 수술(의료적 트랜지션)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본인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느끼는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 중 많은 수가 어릴 때부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성확정(트랜지션)인 경우가 많음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먼저 트랜스젠더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들어보아야 합니다.

에이즈(AIDS)는 동성애자의 질병인가요?

에이즈(AIDS)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줄임말로,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인체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되어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현재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적절한 관리와 치료만 받으면 이 상태로 넘어가지 않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HIV 감염인 중 많은 수가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이며, 남성 동성애자가 HIV 감염에 취약한 집단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트린다"고 말하는 것은 HIV 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해 오히려 HIV/에이즈의 예방과 치료를 어렵게 만듭니다. HIV 감염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에이즈가 아니라 자살입니다. 다른 질병들처럼 적절한 관리와 치료만 받으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HIV/에이즈를 공포스럽게 만들고, HIV 감염인들을 음지로 내몰아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