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3차 정기모임 대화록
2016-05-12 오후 20:23:30
성소수자 부모모임 세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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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 20일 화요일 6시
장소: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망고: MTF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옥: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덕현: 게이(부모님과 여동생이 알고 있음)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속기: 모리
(속기는 세 분 어머니의 동의를 받은 뒤 진행했습니다. 이야기를 기록하기 원하지 않으시면 기록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인터넷에 공개 전에 세 분 어머니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1]
 
옥: 저희 집은 친정 식구가 대부분 미국에 있어서 얼마 전에 미국에 다녀 왔어요. 아들이 커밍아웃한 이후로 아이의 짐이 내 짐이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댁 동기들, 작은 아빠, 고모들한테도 다 이야기하고, 친정 동기들에게도 다 이야기 했어요. 
 이번엔 사촌 동생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 집도 고등학생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이 “엄마는 만약에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들이 더 많아서 이성애자가 더 이상한 사람 취급 받으면 어떨 것 같아?”하고 아무렇지 않게 물어봤대요. 그래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아이의 작은 아버지가 목사인데 그 분도 그런 이야기를 했대요. 만약에 동성애자가 결혼 주례를 서 달라고 하면 해주려고 한다고. 
 
지인: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 빼고 다 아시는 거네요.
 
옥: 사실 저도 동성애자나 성소수자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보지 않고 살았거든요. 경험 있는 사람만이 위로해줄 수 있듯이, 어쨌든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다 이야기해요. 아들이 “그 사람한테도 이야기 했어?”하면서 깜짝 놀라기도 할 정도로. 근데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야 하니까. 그래야 세상이 바뀌는 거죠. 
 
지인: 저희 집은 처음에 친정 어머니한테만 이야기 했었는데 어머니가 이해 시키려고 여기저기 다 이야기하셨어요. 
 
모리: 근데 세 분다 자녀분이 성소수자인 걸 알게 되시기 전에는 성소수자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이 없으셨던 거에요? 홍석천씨나 하리수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셨었어요?
 
지인: 저는 홍석천씨나 하리수씨는 괜찮았었어요. 혐오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사는게 참 힐들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애한테도 그렇게 얘기 했었어요. 동성애자가 싫은 게 아니라 너가 불행할까봐 그러는 거라구요.
 
모리: 저도 부모님이 그렇게 생각할까봐 좀 자리를 잡고 난 이후에 부모님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너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질문에 확실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망고: 전 하리수씨를 봤을 때는 ‘성전환 수술을 하려면 저렇게 예뻐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다른 세계 사람 같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애는 그리 예쁜 편은 아니어서 애가 트랜스젠더일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못생긴 트렌스젠더들도 많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어요.
 
지인: 전 아이가 스무 살 넘어서 커밍아웃을 했으면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보기엔 아직 어린데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하니까.. 애가 전에 한번은 여자 몸이 징그럽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그냥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동성애자이거나 그러면 아예 여자 몸에 관심이 없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싫어하는 게 아니라.
 
모리: 전 여자 몸을 보면 엄마가 떠올라요. (웃음)
 
지인: 그래서 아이랑 싸울 때도 그런 근거를 대면서 말했었어요. 아직 너무 어려서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덕현: 일단 ‘내 아들은 동성애자가 아니야’라는 결론을 마음 속에서 지어놓고 거기에 맞는 근거를 찾는 것 같아요.
 
지인: 그런 것 같아요. 그랬더니 애가 “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게이였어”라고 하더라구요. 
 
모리: 전 초등학교 5학년 때 알았던 것 같아요.
 
덕현: 전 4학년.
 
지인: 근데 ‘바비를 위한 기도’ 영화에서 보면 7살 때부터 알았다는 부모도 나오더라구요.
 
망고: ‘옛날부터 그랬다’고 하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다른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징후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희 애는 아무리 찾아봐도 그렇지 않았어요. 여성스러운 면도 전혀 없었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겉돌기만 했어요.
 
 
 
 
[2]
 
망고: 저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이 혼자 힘들었을 그 상황에 대한 미안함은 있는데 죄책감은 이해가 잘 안 돼요. 애는 나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라고 생각하는데.
 
지인: 가끔 ‘내가 이렇게 키웠으면 이렇게 됐을 텐데’하는 생각이 나거든요. 근데 그 죄책감도 단계가 있나봐요. 처음엔 ‘나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 건가?’하는 죄책감에서 ‘그렇게 힘들었을텐데 난 몰랐구나’ 하는 죄책감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망고: 저는 애를 태권도 학원도 보내고, 피아노 학원도 보내고 그랬는데, 애가 다니다가 싫다고 그러면 더 이상 안 보냈어요. 자기 생각이 너무 뚜렷하니까 엄마 말도 안 듣고. 내가 키우고 싶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아이의 의사대로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 그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키웠거든요. 전 죄책감보다는 좀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미안함이 더 큰 것 같아요.
 
지인: 전 가끔 ‘요때 그랬으면, 요때 그랬으면’하면서 생각나는 게 있어요. 어릴 때 축구 교실에 보냈는데 잘 못해서 애들한테 치이고 그래서 그냥 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그때 축구를 계속 시켰어야 했나?’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옥: 근데 지금은 안 그러신 거죠?
 
지인: 네. 지금은 안 그렇죠. 지금은 어느 정도까지 갔냐면 ‘축구 선수도 게이일 수 있다’고 까지 생각해요.
 
옥: 우리 애도 공이랑은 안 친했어요.
 
덕현: 사실 공이 제일 정확한 거 같아요. (웃음)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제법 정확한 것 같아요.
 
모리: 저도 구기 운동 정말 싫어했었는데요,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축구 농구만 하면 애들이 감자기 엄청 경쟁적으로 변하는 거에요. 남자 아이들과 저의 관계를 항상 ‘나는 얘들로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축구만 하면 막 밀치고, “왜 그거밖에 못하냐고!”하면서 소리 지르고.. 점수 막 다 세고 있고.. 그런 게 너무 싫었던 것 같아요.
 
 
* 이번 성소수자 부모모임 세 번째 정기모임에서는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때문에 온라인에 공개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적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이번 모임에서는 옥님이 일년 전에 쓰신 글을 함께 읽고, 또 지난 모임 때 망고님이 질문해주신 내용(한국의 성소수자 인권단체 소개,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쟁점 소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