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평등법 연내 제정이라는 시대사적 요구에

책임을 다해 응답하여야 합니다

 

 

올해 초부터 정치권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담긴 말을 쏟아냈습니다. 누군가의 존재를 두고 동의 여부를 논하거나 거부할 권리를 말하는 등 인권을 정쟁거리로 활용했습니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주로 성소수자였습니다. 지난 대선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올해 보궐선거에는 안철수 당시 후보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주창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시민사회의 질타가 있고 나서야 겨우내 내뱉는 ‘유감’이 전부였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렇게 성소수자를 정쟁거리로 삼는 동안, 가장 취약한 트랜스젠더 동료시민 세 명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음으로 내몰린 건 비단 성소수자뿐만이 아닙니다.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청소년 등 소수자성을 공유하는 다른 시민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의 혐오와 차별로 벼랑 끝에 내몰린 동료시민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음에도 정치권의 이러한 반성과 성찰 없는 자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21대 국회에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죽음의 행렬을 막고자, 시민들은 국민동의청원 행동을 직접 조직하여 10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31일, 권인숙 의원 대표발의로 차별금지/평등법은 지금까지 총 4건의 발의되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법제사위에 계류 중인 것만 5건에 이릅니다. 십수 년간 이어진 시민들의 요구가 드디어 국회로 진입하게 되었지만, 한편 분노에 차오르기도 합니다. 시민을 대표한다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을 결국 일반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이들은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이 계승하는 당의 정치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권은 시민들의 요구보다는 교회와 재계의 눈치를 보며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계속 나중으로 미루거나 아예 입장을 뒤집어버리는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두고 걸고넘어지는 그 주요한 사유는 바로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입니다. 그만큼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 및 성별정체성’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이 있는데, 왜 굳이 포괄적 차별금지/평등법이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이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은 특정한 사유와 영역에 한정되어 있는 만큼, 시민들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합니다. 혐오와 차별은 개별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별 인간의 정체성이 서로 중첩되고 결부되어 있듯이, 혐오와 차별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으로는 이를 결코 해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차별금지/평등법은 당내에서 마치 금기어인 듯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정치권에서 “시기상조”, “나중에”, “사회적 합의”를 말하며 차별금지/평등법을 마치 금기어인 듯 여기는 동안, 한국사회의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는 더욱 극적인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사회에 번지고 있는 반목과 적대에 제동을 걸고, 소수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는 법은 바로 차별금지/평등법입니다. 이제라도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요구는 곧 시대사적 요구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에 분명하게 응답하길, 주어진 역할에 책임을 다 하길 바랍니다.

 

 

 

 

2021년 9월 6일

성소수자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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