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비비안과 나비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3년 만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오랜만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설레고 기쁩니다. 오늘 퀴어축제 처음 오신 분들 반가워요! 또한 자주 보는 분들 다시 만나 기뻐요! 잘 살아줘서 고맙고 다행입니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서 캐나다의 프라이드 축제 장면이 나옵니다.

캐나다는 차별금지법과 동성혼이 법제화된 나라이지요. 혹시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차별받는 경험이 있었다면, 프라이드 축제를 통해 서로를 향한 큰 환대로 그 서운함을 말끔하게 씻어주기 위해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 사회 유명인사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나와서 함께 축하하고 지지해준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갈 길이 멀죠, 오늘 이 소중한 퀴어 축제가 있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우리 사회의 영업장과 병원, 학교, 공공기관은 여전히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번번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과 학교에서는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행해지고 있고, 흔하디흔한 헤테로 연애 이야기와는 다른 성소수자 연애 이야기는 해도 논란이고 안 해도 트집입니다.

이런 세상에 살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피곤합니다. 안 그래도 올해 더 무거워진 대한민국이라는 수레바퀴 아래, 큰 짐을 하나 더 지고 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우리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작년 3월 4일 “살아있자, 누구든 살아있자”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군인 변희수, 극작가 이은용 등 알려진 이름 외에도 많은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지울 때마다, 그들이 남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는 게이나 논바이너리도 안심하고 가질 수 있는 직업과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합니다. “성소수자가 행복한 세상은 비성소수자도 행복한 세상”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정치인을 보고 싶습니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느라 힘쓸 필요 없이 오로지 창작을 위해서만 마음껏 고뇌하는 예술가를 갖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런 사회에서 살기를 소망했고, 남은 우리에게 꼭 그런 사회에서 살아달라고 온몸으로 소리쳤습니다.

 

그래서 우리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소수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지금껏 ‘퀴어’라는 넓은 바다를 알지 못하고 ‘미퀴어-즉, 퀴어는 아직’이라는 좁은 시야에 갇힌 사람들의 눈을 제대로 뜨게 하기 위해 국회를 쫓아다니고, 교육 현장의 문을 두드리고, 공무원과 시민들을 만나며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 다양성이 지구의 생존이자 삶의 품격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에서는 물고기 비늘에 바닷물이 스미듯이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더욱 안전해져서 우리 몸과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도록, 역사에 2022년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해였고 그로부터 대한민국은 비로소 국가다운 국가가 되었다고 기록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꼭 그날이 되어 여기 계신 분들, 그리고 멀리서 이 축제에 마음을 같이 하고 계신 분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모여 기쁨을 같이하고 오늘을 기억하기를 정말 소망합니다.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 여러분, 곁에 있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서로 외쳐주세요.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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