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늘입니다.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40대 게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제가 아들로부터 커밍아웃을 받고, 게이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말 긴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 자식의 정체성을 수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제 안에 있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이성을 만나고 언젠가 마음 맞는 이성과 결혼하여 자식을 낳겠지, 하는 가부장적인 가치관 말입니다. 이 편협하고 몽매한 사고가 우리 모자 지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들어왔는지 이제는 압니다. 인간이란 자신이 원하는 누군가와 가족공동체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상대가 누구든, 성별이 어떻든 말입니다. 저는 제 아들이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가족공동체를 만들어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결혼이 되었든, 결혼이 아니라 다른 형태가 되었든 말입니다.

아니, 아이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원하든 원치 않든,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아이가 결혼을 원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동성간 혼인신고는 불수리되고 법적으로는 남남입니다. 아이가 가족공동체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화나게 합니다. 이성간 혼인은 도장 찍은 서류를 제출하기만 하면 부부가 되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게, 성소수자는 이로부터 배제당한다는 게 부모라면 당연히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가족구성권 3법 발의, 특히 혼인평등법 발의는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로서 너무나 뜻깊고 만감이 교차하는 감동적인 일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 자식들이 다른 비성소수자들처럼 결혼할 수 있다는 것, 제도적으로 혼인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성소수자들이 동등한 시민이자 권리의 주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큰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혼인평등을 넘어 사랑이 ‘사랑’으로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그날을 저는 꼭 보고 싶습니다. 혐오세력이 흔히 말하지요?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말입니다. 남자 며느리면 어떻고 여자 사위면 어떻습니까. 어서 이 가족구성권 3법이 어서 통과되어서 남자 며느리든 여자 사위든, 그저 가족으로서 온전히 환대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의 이 간절한 바람이 21대 국회에 그리고 한국사회에 부디 가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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