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2021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트랜스젠더, 잘 살고 있나요?"

 

물(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

 

안녕하십니까?!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물 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그간 잘 지내셨나요?
이땅에 트랜스젠더 여러분,
모두잘 살고 계신가요?

내 아이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 처음의 그날, 우리 부모모임의 대다수는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매일을 울기도 했고,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고,
전문의 상담을 또는 각자의 종교에 의지했지만 트랜스젠더라는 호칭이 마냥 두려웠습니다.

두렵고 어렵던 감정을 소화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아이가 혼자서 갇혔던 벽장 속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깊고 어두워서 감히 벽장의 실체를 볼 엄두조차 안 났을 때,
비로소 내 아이가 그 동안 혼자 힘들어했을 여정의 실루엣이 들어와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아이가,
소중한 내 아이가 오롯이 경험했을 그 모든 감정을 단지 추측해서 공감할 뿐 온전히 알 수 없었고, 단지 살면서 경험했을 인생의 굴곡으로 감히 견주며 무게를 가늠했을 때는 소리조차 낼 수 없어 속으로 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성소수자부모모임 모두는 더 이상 울지만은 않겠습니다.

트랜스젠더의 가장 측근으로,
내 아이의 그 벽장을,
내 동료 시민의 그 벽장을 함께 부수겠습니다.

사회와 오만한 저 국회에게 소리치겠습니다!!

내 아이와 내 동료 시민은 오늘도 벽장에 갇혀서 혹은 투명인간이 되어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어,
물 조차도 못마시는데!!

생일 뒤에 숫자 하나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죽어가는데!!

말도 안 되는 합의 타령 그만 하라고!!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 좀 그만하라고!!

개독교 하수인의 표장사 좀 그만하라고!!

똑똑히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그 행동의 일환으로 전국민 계몽영화 <너 에게 가는 길>을 통해 성소수자부모라는 우리들의 정체성을 더 많이 알리겠습니다!!

더 많은 앨라이와 사회적 연대로 내 아이의 친구와 내 동료의 내년의 생일을, 그 후년의 생일을 그 이후의 N차 생일을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제 1회 춘천 퀴퍼 현장에서 우리 동료 부모들이 외쳤을 부모모임의 공식 구호를, 랜스 생일 축하 노래를 대신해 호령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성소수자의 부모입니다"
"나는 내 아이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랜스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오늘이 참,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28 [발언문] 변희수 하사 2주기 추모제 <멈추지 않을 꿈, 우리가 이어갈 용기> 추모 발언 (지월, 2023.02.27) 2023.02.28
» [발언문] 2021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트랜스젠더, 잘 살고 있나요?" (물, 2021.11.20) 2021.11.24
26 [추모 성명]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추모 성명 - 2021.03.05
25 [성명] 성소수자 혐오 반대는 곧 모두를 위한 평등이다 -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며 2021.05.17
24 [발언문]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축하인사 및 연대발언 (나비, 비비안) 2022.08.03
23 [발언문]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평등세상) 연대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 연대발언 2021.09.07
22 [발언문]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수술요건 폐지하라" (나비, 2021.11.16) 2021.11.16
21 [발언문] 인천퀴어문화축제 혐오범죄 규탄집회 "인권의 하늘을 열자" 2018.10.17
20 [발언문] 202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하여> 행진 중 발언 (나비, 2022.11.19) 2022.11.22
19 [발언문]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무지개 인천 다시 광장에서" 무대 발언 (나비, 비비안, 2022.10.15) 2022.10.19
18 [발언문] 차별금지법이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윤리관에 반한다는 염수정 추기경님께 전합니다. 2021.05.24
17 [발언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모'로서 조언합니다. 2021.05.24
16 '평등세상을 바라는 호소문' 발표 긴급 기자회견 2020.09.23
15 [발언문]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맞이 대구지역 기자회견 (위니, 2022.03.31) 2022.03.31
14 [성명] 국회는 4월 내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2022.04.15
13 [성소수자부모모임 기자회견 발언문]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 2021.03.08
12 [성명] 누구나 ‘괜찮을 수 있는’ 사회로! -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며 2018.05.17
11 [발언문] “한국 국회의 동성혼 법제화 법안 최초 발의” -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 (하늘, 2022-05-31) 2023.06.01
10 [성명]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2022.03.31
9 [기자회견 발언문]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 대구 (위니) 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