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맞이 대구지역 기자회견

 

위니(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

 

안녕하세요? 
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은지라고 합니다. 
제 둘째아이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아이가 용기를 내어 커밍아웃하던 날을 기억합니다. 얼마나 망설이고 고민했을지,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왜 그렇게 어둡고 힘들어 보였는지 그날 깨달을 수 있었고,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 부모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괴로웠습니다. 

트랜스젠더로, 성소수자로 태어난 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아이는 왜 그렇게 괴로워했을까요? 평생 숨겨야겠다고 생각했을까요? 그것은 우리 사회와 많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일 겁니다. 자신의 모습과 다르다고,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함부로 혐오하며 차별하는 태도가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을 위축시키고 삶의 희망을 잃게 만듭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 인종,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소수자의 위치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아이 덕분에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조금만 바꾸면 보이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동안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정당의 대표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이런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는 데 이렇게나 어려운 사회에서  
어떻게 제 아이 같은 소수자들이 마음 편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살 수 있겠습니까?

아이가 트랜스젠더로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어떤 장벽과 외로움에 부딪히는지, 곁에서 지켜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매일 고민합니다. 아이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리라 마음먹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살아갈 힘을 내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에는 부모와 가족의 지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소수자들이 소외되고 차별받지 않도록,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똑같은 권리를 누리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 합니다. 법과 제도가,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그렇게 바뀔 때 저희 아이와 같은 성소수자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입니다. 
어쩌면 내 가족과 이웃과 친구로 오늘도 내 옆에서 있을지 모르는 트랜스젠더들을, 성소수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용기 내어 싸우고 있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 분들의 곁에 설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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