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님은 3년 전에 작은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아들이 게이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라 더 일찍 알아주지 못하고 싸우면서 상처 주는 말을 했던 것에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초창기 멤버이자 2014년 퀴어문화축제에 처음으로 피켓을 들고 나선 열정적인 어머니이신 지인님. 얼마 전 드디어 작은 아들이 마음을 열어 화해했다고 하네요.

 

인터뷰 한 사람 / 어나더, 모리

인터뷰 한 날짜 /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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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부모의 말처럼, 이젠 성소수자 자녀들이 부모가 받아들여줄지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커밍아웃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1. 커밍아웃 이전

 

어나더 / 지인님 심층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커밍아웃 이전에 자녀가 어릴 때 이야기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자녀분이 성소수자인 걸 알기 전에 성소수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지인 / 저는 일단은 하리수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저렇게 하고 살아야 되겠다’라고 생각했었고, 홍석천도 말투나 행동, 이런 거 봤을 때 ‘저분들은 여자랑 잘 맞을 거 같진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저런 분들이 있구나, 저런 분들은 저런 분들끼리 잘 만나면 되겠다.’ 하고 혐오스러운 생각은 없었어요.

 

어나더 / 홍석천이나 하리수 이외의 성소수자를 생각하셨을 때도 딱히 혐오스러운 감정을 가지지 않으셨던 거예요?

 

지인 / 네. 어쩔 수 없는 거란 생각을 했었어요.

 

어나더 / 그러면 자녀분이 어렸을 땐 어땠나요?

 

지인 /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그랬구나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얘가 초등학교 때 축구 수업을 하루 가고선 안 가서 그냥 축구를 싫어하는구나 했죠. 그리고 태권도도 3일 가고선 안 갔고요. 그런 것도 애가 여리구나 생각하고 억센 애들은 싫은가 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여자애들이랑 친했는데, 여자애들이 편해서 그런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여자애들이 어릴 때부터 얘를 많이 쫓아다니고 인기도 많았거든요. 남자애들하고 잘 못 어울리는 건 너무 센 애들이 욕을 많이 한다거나 그런 게 싫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얘가 보통 애들보단 여리구나’라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랑 중학교 때까지 한 거 같아요. 근데 애가 중3 됐을 때부터는 키도 커지고 덩치도 커지고 목소리도 낮아지면서 완전 남자답게 됐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이후로 한 번도 걱정한 적이 없었어요.

 

어나더 / 어렸을 땐 주변에서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지인 / 여성스럽다기보다 아직 어리고 성격이 소심하고 여리다고 생각했어요.

 

 

 

2. 커밍아웃/아웃팅

 

어나더 / 그럼 커밍아웃 문제로 넘어가서, 자녀가 성소수자인 걸 어떻게 아시게 되셨는지?

 

지인 / 얘가 학교 적응을 못하고 학교를 옮겼어요. 얘를 괴롭히는 애들이 있었고,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옮겨줬는데 얘가 그 다음엔 ‘자기는 미국에서 살아야 할 거 같다’고 했어요.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산 적이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제가 ‘왜 그러냐’ 물으니 얘가 ‘이유를 말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말했어요. 계속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서 제가 얘 핸드폰에 친구랑 문자한 걸 몰래 보고 알게 되었어요. 스스로 커밍아웃을 한 게 아니라.

 

어나더 / 그럼 어머니가 문자를 보고 나서 아셨다는 거예요?

 

지인 / 네.

 

어나더 / 그 이후에 문자를 보시고 나서는 어떻게 행동이나 대처를 하셨는지?

 

지인 / 저는 정말 너무 애를 어리게 본 거에요. 그 때는 고등학생이었지만 16살이었는데, 그땐 네가 너무 어려서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랬더니 자기는 게이가 맞다고 그러더라고요. 일단은 왜 핸드폰을 몰래 봤냐고 계속 화를 냈어요. ‘네가 성인이 돼도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생각한다면 엄마가 인정해줄게. 근데 지금 넌 너무 어려서 네가 잘못 알 수도 있는 거야.’ 그러면서 ‘엄마 여고생 때도 레즈비언처럼 보이는 애들 있었는데 다 어른 되더니 바뀌어서 시집가더라.’ 하면서 얘를 설득하려고 했었어요, 처음엔.

 

어나더 / 근데 그 설득이 잘 풀렸나요?

 

지인 / 생각해보면 얘는 이미 자기 스스로 정체성을 완전히 인정한 후라서, 만약 혼란스러웠을 때라면 제 이야기를 같이 들었겠지만 인정이 된 후인데 ‘왜 엄마는 인정을 못하지?’ 이런 투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엄마 이런 사람이었냐, 좋은 엄마인 줄 알았더니 잘못 알았다’고, 그렇게 말했어요.

 

어나더 / 그럼 지금 생각하시기에는 그 나이 때의 아이도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정체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인 / 네. 얘하고 마찰이 있은 후에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미국으로 보내는 게 낫겠구나 해서 미국으로 보내고 제가 청소년 성상담 관련된 상담사를 찾아갔고 이후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게 된 거에요. 그 때 동성애자의 경우 스스로 알게 되는 나이가 평균적으로 12살, 13살 정도 이고 트랜스젠더는 6,7세 때 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얘는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구나. 저는 당시에 ‘너 언제부터 알게 됐니’ 했더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라고 해서 제가 ‘4학년 때 네가 뭘 알아’ 그랬었거든요. 그 때부터 자기 반 남자애 좋아했다면서. 그 때는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랬겠지 말이 되냐’ 라고 했는데 그럴 수 있다는 걸 통계자료를 찾고 알게 됐죠.

 

어나더 / 자녀분이 문자를 들키기 전까지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인 / 얘가 그 때 미국을 가야 하는 이유를 말을 못했을 때, 이유를 못 말하는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그 때 얘는 제가 화를 낼 줄 모르고 그랬던 거 같은데, 엄마가 너무 약해서 알면 안 될 것 같다고 했었어요.

 

어나더 / 그럼 어머니가 상처를 받으실까봐, 잘 받아들이지 못할까봐요?

 

지인 / 잘 못 받아들이고 슬퍼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감정적으로 무너질 거라고 예상했던 거죠.

 

어나더 / 자녀분의 커밍아웃 단계를 쭉 거쳐 오셨잖아요? 본인은 한 번 겪어보셨으니까 자녀가 부모에게 어떻게 커밍아웃을 하는 게 부모한테 메시지 전달이 잘 되고, 이해까지는 아니지만 머릿속에 설명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인 /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엄마들도 스무 살 이전에는 다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이처럼 아웃팅을 당한 것이 아니라면 스무 살이 넘어서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리고 부모들은 이쪽에 대해서 무지하잖아요. 대부분 지식이 전혀 없어요. 저도 없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좀 보여주면서 말을 하면 좋겠어요. 엄마가 인터넷에서 찾으려고 하면 혐오세력들이 만든 이상한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 쪽으로 빠져들 수도 있어요. 또 엄마는 반대 자료를 찾겠다는 결심으로 찾기 때문에 이런 원래대로의 좋은 자료를 못 구할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더 화가 났던 이유가 애가 화를 너무 내서 그랬거든요. 마찰이 있으면 대화가 제대로 안되잖아요. 서로 누가 이기냐, 누가 옳냐 싸우게 되니까요. 대치를 하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차라리 ‘엄마, 내가 이러이러해서 그동안 힘들었었다’라고 자기감정을 이야기하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그런데 힘든 티는 안 나고 화내는 투로 말하니까 그냥 갑자기 ‘나는 이거야’라고 선택한 것처럼 보였어요. ‘나도 내가 설마 아닐 줄 알았는데 이러 저러해서 결국 맞더라. 그걸 나도 인정하기까지 힘들었고 엄마도 힘들 테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다’라고 감정 위주로 대화를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어나더 / 만약에 자발적인 커밍아웃이 아니라 아웃팅의 경우일 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지인 / 아웃팅 됐을 때도, 일단 아이는 화가 나겠죠. 어떻게 알게 되었든지 간에. 화가 나서 대치를 하면 둘 다 계속 화를 내면서 대화가 되지 않는 거 같아요.

 

 

 

3. 갈등/고민

 

어나더 / 커밍아웃 이후의 부모님과의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게요. 지인님이 처음 자녀분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셨다고 그러셨는데 그럼 처음에 화가 났던 이유는 뭘까요?

 

지인 / 생활을 잘 하고 있으면서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때 밥을 잘 안 먹었어요. 밥을 갖다 줘도 안 먹는 것도 화가 났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얘 딴에는 엄마 때문에 힘드니까 그런 건데.

 

어나더 / 어쨌든 어머님의 화를 더 돋울만한 언행을 했다는 거죠?

 

지인 / 근데 저도 생각해보면 제 주장만 옳다고 넌 엄마 말 들어야지 이런 식으로 했으니까요. 그래서 얘도 화가 났을 거고. 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얘가 정말 착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설득하면 말한 대로 할 줄 알았어요. 그게 잘못이었죠.

 

어나더 / 그럼 이 냉전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타협점이나 양보할 점을 찾으셨는지?

 

지인 / 얘가 나중에 계속 밥을 안 먹어서 영양주사를 맞히려고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애가 끝까지 대치를 해서 ‘알겠다. 그럼 내일 학교 가서 그만둔다고 말하자’ 라고 해서 다음날 같이 가서 말했고, 미국에 보내주겠다고 하니까 밥도 먹기 시작했어요. 애가 중요한 때인데 학교를 그만두고 오래 있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빨리 보내려고 그 주에 비행기 표를 끊어줬어요. 미국을 보내려고 마음먹었을 때가 안 지 3,4일만이었어요.

 

어나더 / 그 사이에 아이의 모든 걸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갈등 점은 애를 보내놓고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신건가요?

 

지인 / 보내놓고 저도 이쪽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 해서 상담을 받아본 다음에 나도 가봐야지라고 생각했죠. 애가 고등학생이니 공백이 오래 생기면 안 좋으니까요. 공부도 잘했거든요. 저는 그리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상담을 찾아서 간 거예요.

 

어나더 / 그럼 그 이후에 인권단체에 연락을 하고 싶으신 마음이 드신 건가요?

 

지인 / 그건 나중이었어요. 제가 처음에 인권단체에 연락할 생각을 안 한 건, 그러면 저를 엄청 설득할 거 같아서 일단은 일반적으로 지식을 좀 알아야겠다, 그래서 아하 청소년성상담센터에 가게 됐어요. 거기 상담선생님 유명한 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분한테 가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봤어요. 처음에는 제가 울고 그러니까 잘 들어주시다가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죽는 애도 많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땐 그게 와 닿지 않았어요. 그리고 성소수자 모임에 가보면 나중에 어른 되어서도 아주 잘 살더라’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많이 생각하면서 ‘그게 그렇게 불행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나더 / 그럼 우선 미국으로 보내신 게 양보를 하신 거네요?

 

지인 / 네. ‘친구라도 있는 게 낫겠다. 게이 친구든 뭐든’ 그런 생각을 하고 보낸 거죠.

 

어나더 / 뒤돌아 봤을 때 어쨌든 양보를 하신 게 좋은 방법이 된 거잖아요? 그럼 다른 부모님들에게 양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변을 주실 수 있는지

 

지인 / 제 생각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을 거 같아요. 우리 애가 학교 다닐 때 힘든 모습, 우울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항상 마음속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따로 스포츠도 하게 하고 자원봉사도 시켜서 다른 학교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게 했어요. 근데 평소에 애가 학교생활도 잘하고 문제가 없던 애면 ‘네가 왜?’라고 하면서 이기려고 더 할 거 같아요. 그것도 이해가요. 하지만 저는 얘가 힘들어왔던 걸 봐왔잖아요.

 

어나더 / 근데 만약에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유년 시절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가정 하에는 정말 부모님의 양보가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지인 / 양보는 할 수 밖에 없는 게 매일매일 싸울 순 없잖아요. 맨날 대치하고, 계속 ‘내가 옳아’ 그렇게 하는 게 그게 서로 지옥이죠. 서로 상처 되는 말 하는 거고요.

 

어나더 / 그럼 감정소모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양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신가요?

 

지인 / 네. 그리고 계속 대치를 하게 되면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반대하려는 자료만 찾게 되겠지요. 가만히 아이 입장으로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래서 전 좀 떨어져 있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저는 떨어져 있었거든요. 미국 갔을 때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그때 더 많이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어나더 / 그럼 이제 그렇게 아이를 보내시고 성 상담소나 인터넷에서 정보도 얻으시고 그 다음 단계는 어떠셨어요?

 

지인 / 그 다음에 혼자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어느 정도 수용한 다음에는 원인이 뭘까 찾게 되고 내가 키울 때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내가 남자답게 키우지 못 했나 죄책감을 계속 가졌어요. 매일 슬퍼하고 나 때문에 이렇게 됐나 하게 되고, 나중에는 오랫동안 어릴 때부터 힘들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중요한 것도 몰랐구나’ 하면서 슬퍼하다가, 우리 애보다 더 큰, 성인이 된 성소수자들이 잘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분들의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 연락해서 부모님 좀 만나고 싶다고 했죠.

 

어나더 / 그럼 특정 인권단체에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디든 연락을 취해서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다 이런 마음이 크셨던 거죠?

 

지인 / 일단은 인터넷에서 제일 큰 단체를 찾은 것 같아요. 찾은 게 여기랑 친구사이였구요.

 

어나더 / 그럼 양쪽에 다 연락을 하신 거구요?

 

지인 / 네, 양 쪽에 다. 제 생각을 가장 많이 바뀌게 한건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였어요.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얘가 살면서도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금씩 생각했던 거 같아요. 얘 형이 엄마, 아빠를 부르더니 이 영화를 보여줬어요. 그 영화는 동성애자 아들이 엄마의 반대로 힘들어하다가 결국 자살하는 실화를 다룬 영화예요. 보는 내내 울면서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하고 깨닫게 되었어요. 동성애자이냐 아니냐, 동성애자로 사느냐 안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얘가 꿋꿋하게 살 수 있느냐, 죽느냐 사느냐 생존의 문제구나 하는 걸 알게 된 거죠. 전 그 영화에 나온 엄마보다 더 심한 말도 한 것 같은데… 많이 후회 했고, 앞으로도 내가 아이의 편이 되어서 지지해주지 않으면, 얘가 약해져서 정신적으로 힘들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 하게 되었죠. 그 다음에 죄책감이 들게 된 거죠.

 

어나더 / 영화를 보기 전이든 후이든 상담을 활발히 받으셨을 텐데, 그 때 경험이 어떠셨는지?

 

지인 / 참 상황이 웃긴 게, 맨 처음에 간 상담 선생님이 수용하게끔 해 주는 선생님이었고, 부모모임까지 오게 돼서 마음이 어느 정도 이쪽으로 기울고 마음이 편안해졌을 때 다른 상담소를 또 가게 됐어요. 내가 다 받아들이게 된 얘기도 하고, 부모모임 가서 힘이 됐다는 얘기까지 했는데 ‘나는 이거 정신병인 것 같다’고, 이 말을 하는 거예요. 그게 정말 상처가 되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저런 편견을 가진 사람이 상담을 계속 했었지, 왜 처음에 말을 안 했지’ 하고 화가 났었어요. 그날 밤에 막 울었었죠. 가서 뭐라고 하고 싶은데. 그 당시 제가 좀 약했었거든요. 작년 초에. 우리나라 상담계와 정신과 의사들조차 자기 편견대로 진단하고 상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오랜 기간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하고 조사한 외국의 자료들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무지한 상태로 상담을 하는 거예요.

 

어나더 / 이젠 다 받아들이셨잖아요. 그럼 다른 부모님께 커밍아웃에 대응할 때 앞에 이야기 한 거 이외에도 있으신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부모님들에게 이건 공통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하시는 거 있으신가요?

 

지인 / 자녀는 당사자잖아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엄마는 전혀 모르는 상태인데 항상 엄마가 옳다는 생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다가가지 말고, 자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럼 ‘얘가 힘들었구나’ 하고 이해를 좀 하게 될 것 같고.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자료를 찾아봐야 해요.

 

어나더 / 그럼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면 부모님들이 어떤 포지션을 정하실 거 아니에요? 계속 생각을 하시면서. 확실하게 호불호를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애매한 태도이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지인 / ‘부모가 인정하고 지지하면 영원히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엄마들이 약간이라도 1%라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단계가 있잖아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바뀔 수 있어, 이 생각을 가지면 ‘계속 그렇게까지 지지하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애매하게 행동하는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동성에게 끌리는 것이 부모가 인정해주고 아니고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어나더 / 커밍아웃 이후에 자녀와의 관계는 어떠셨는지?

 

지인 / 애가 엄마와의 마찰이 있을 때의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엄마를 멀리 했어요. 그래서 그 때 상처 준 게 아직도 후회로 남아요. 처음 오시는 엄마들한테도 절대로 애한테 상처주지 말라고 말씀 드려요.

 

어나더 / 커밍아웃이라는 게 결국은 양방향으로 소통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둘 다 적절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지인 / 우리 애는 원래 우울했던 걸 알았지만 안 그런 사람들은 더 대치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 애한테는 왜 그렇게 상처가 됐을까 생각해보면, 얘가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가장 이해해주길 바랐던 엄마마저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하고 더 상처가 컸던 거 같아요.

 

어나더 / 아버지는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지인 / 참 애들 아버지가 운이 좋은 게 ‘애한테 뭐라고 하지마, 건들이지 마’라고 제가 말해준 이후에 애를 만났어요. 그래서 애랑은 거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나더 / 어쨌든 아버님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셨지만 평소에 성소수자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없으셨는지?

 

지인 / 편견이 있었고 지금도 저만큼 지지하지는 않아요. 얘가 커밍아웃하고 다니면 애 아빠는 ‘아 쟤 저러지 말아야 하는데’라고 해요. 그럴 때 제가 ‘얘가 어디 가서 숨기고 비밀로 하고 다니면 정신적으로 좋겠냐고. 차라리 드러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수가 있다. 얘가 심리적으로 어떻게 편해질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애 아빠는 심리적인 거보다 누구한테 안 좋은 일 당할까하는 걱정이 먼저인 거죠.

 

어나더 / 그런 속도 차이 때문에 부모님들 사이에 갈등이나 견해차이가 생긴 게 있으시다면?

 

지인 / 그런 거 좀 있었어요. 애가 다른 게이친구들 찾으려고 할 때 애 아빠가 못하게 하고 싶어 했는데, 제가 하게 놔둬야 한다고 했어요. 좋은 사람들 찾아서 더 힘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그랬고요. 애가 미국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인식이 좀 더 나으니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애들 아빠도 가지고 있어요. 애가 생활도 열심히 하니까 우리가 마음을 편하게 갖게 된 것 같아요.

 

 

 

 4. 화해/해소

 

어나더 / 커밍아웃 자체로 인한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된 단계이신 것 같은데, 이 과정을 겪으시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시거나 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지인 / 일단 성소수자에 대한 사고방식이 바뀐 건 아까도 얘기 했지만,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율이 47%인걸 알게 되고 나서, ‘아 이건 선택이 아니구나’ ‘그렇게 힘들어 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수용하게 됐고. 저는 그 전에 성소수자가 굉장히 극소수인줄 알았어요. 커밍아웃한 사람이 아는 사람은 홍석천 밖에 없었으니까요. 근데 자료를 찾아보니까 성소수자의 비율은 2~7%, 반마다 한 명은 있는 거잖아요. 아 이 정도로 많구나, 최소한 2%로 잡아도 백만 명이고. 가족들까지 몇 백만이지요. 그러면 얘 말고도 학교에 더 많을 거고 군대에서도 따돌림 당하는 애들 중에서도 많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성소수자들을 소수자로서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해서 보호하는 식으로 교육이 다 바뀌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성소수자와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어나더 / 커밍아웃 이후에 부모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한다고 생각하세요? 친척이든, 교회 사람이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같은 거요.

 

지인 / 처음엔 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 이야기 안 했지만, 받아들이고 나서는 제가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먼저 저희 어머니한테 말하고 그 다음 형제한테 말하고, 설득도 하고, ‘이해해야 한다, 얘한테는 안 좋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당부를 해놓고 가족 내에선 이야기를 하니까 편해졌어요. 그리고 저랑 같이 상담 공부하는 상담사들에게도 이해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어요. 그 다음에 동창들에게 이야기했고요. 이야기를 하고 싶어져요. 내 아이에 대해 숨기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고, 그러면서 성소수자들이 왜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 하는지, 비밀로 숨기고 사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안 좋은 것인지 나 스스로도 깨닫게 되었죠. 이쪽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알려야 할 거 같고 설명을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5. 부모모임

 

어나더 / 이제 부모모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서 여기 오시게 된 동기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성인이 된 성소수자의 부모님들을 뵙고 싶으셔서 오시게 된 거죠?

 

지인 / 그리고 다른 부모들이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서로 의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 자녀 말고도 다른 자녀들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어나더 / 오셔서 그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을 텐데 어떤 기분이셨는지?

 

지인 / 다른 어머니들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충격이었고, 힘들어하고, 자책하고, 울었는지 듣고 나서 ‘아, 나하고 똑같구나’ 싶었어요. 많이 위안이 되었고 다른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치유가 됐어요. 개인 상담보다 훨씬 빨랐어요. 그리고 자조모임 갔다 온 뒤부터 잠을 잘 자게 되었어요.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점차 깨닫게 되었죠.

 

어나더 / 지인님 말고도 다른 부모님들이 ‘나는 부모모임에 와서 이랬다’ 하시는 거 들으신 게 있나요?

 

지인 / 어머니들마다, 오는 시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아직 받아들이지 않는 초반에 오는 분들은 이거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오시는 거니까요. 일단 여기 와서 서로의 얘기를 듣고 그런 거였구나 깨닫고 나서, 부모로서 잘못한 걸 깨닫고, 눈물 흘리고, 대부분 그랬던 것 같아요.

 

어나더 / 지금은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편이신데, 부모모임 계기로 그렇게 되신 거세요?

 

지인 / 네. 저는 여기 오면 위안을 받아서 오게 되었는데, 작년 퀴어문화축제 간 뒤로는 다른 성소수자 가족이나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더 한 것 같아요.

 

어나더 / 부모모임 활동을 대외적으로 하시면서 더 느끼시는 게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소수의 분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셨다면 최근 1년 동안에는 피부에 와 닿는 경험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 전후 차이가 좀 있으셨어요?

 

지인 / 부모님들 말고도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여기 와서 만나보면서 동질감이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리고 여기 있는 분들이 힘들어도 잘 이겨내고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심이 됐고. 여기 오지 않는 전국의 많은 성소수자들과 부모님들도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여기 오면 힘이 된다는 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나더 / 지인님은 퀴어퍼레이드를 세 번 참가하셨는데 어떤 걸 느끼셨는지.

 

지인 / 작년에 처음 갔을 때는 혐오세력 때문에 겁나고 무서웠어요.

 

어나더 / 우리를 해코지 할까봐? 아니면 그 존재 자체가요?

 

지인 / 존재도 그렇고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지? 이런 축제하는 곳에. 그리고 해를 끼칠까 봐도 겁났고요. 오히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더 정상적이었어요. 워낙에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봐서요. 한 개신교 여자 분은 제 피켓을 뺏어서 부러뜨리고 바닥에 누워서 한참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비정상적인, 정신 이상한 사람들만 모으나 싶었어요. 그리고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이 정말 많구나 싶어서 든든했고 올해는 더 많아져서 정말 든든했어요. 각국 대사들과 외국계 회사들도 지지해주었고 경찰들도 마찰이 없도록 보호해줘서 든든했어요.

 

어나더 / 작년에 비해서 서울광장에서 열린 올해 퀴어퍼레이드에서 혐오세력의 숫자가 더 컸었잖아요.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지인 / 작년처럼 막아서 또 제대로 못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역에 도착했을 때 무서웠다가 경찰들을 보고 좀 마음을 놓았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법으로 제정되어 있으니까 이렇게 보호해주는 것을 보고 법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혐오세력도 제가 한 사람 한 사람 앉혀서 얘기를 하면 이해시킬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체에서 자꾸 그런 말만 듣다 보니 한 쪽으로만 치우쳐 지는 거 같고. 얘기하다 보면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알지 못한 사실에 대해 듣고 나면 조금은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올해에는 부모님들이 더 많아져서 많이 힘이 되고 든든했어요.

 

어나더 / 제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들은 얘기에 의하면 부모모임 부스 참여도 그렇고 퍼레이드행진에 부모님들이 같이 있었다는 게 그 옆에 있지 않았어도 사진으로만 봐도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같이 행진한 저도 굉장히 벅찼고요. 많은 분들에게 직접 나서시는 부모님들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걸 느꼈는데 지인님 본인의 감상은 어떠신지?

 

지인 / ‘우리가 성소수자 분들에게 힘이 되겠구나, 우리 역할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것이 컸고, 그리고 일반 사람들에게도 이런 모임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최대한 플래카드를 잘 보이게 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혐오세력들이 ‘부모한테 불효하는 거다’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부모들은 이해하고 힘이 돼 주고 싶고, 오히려 당신들과 같은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더 알리고 싶더라고요. 당신들이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고요.

 

어나더 / 몇몇 부모님들은 퀴어퍼레이드 이후로 좀 우울하셨다고 하던데, 그런 우울감은 어디서 온 것 같으신지?

 

지인 / 혐오세력과의 마찰에서 우울감을 느낀 것 같아요. 대구에서 인분 맞은 사람은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 얼마나 상처로 남았을까 걱정이 됐어요. 서울에서는 부모모임 플래카드를 뺏으려는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나는 거예요. 표정이 무슨 원수 진 사람들처럼, 왜 저렇게까지 하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부모모임이라고 쓰여 있는 것까지 막 뺏으려고 하고 우리 부모들에게 정신병자라고 하고요. 많은 교회들이 이걸 주제로 설교를 하고 있구나 싶죠. 성폭행 범죄자중 전문직 1위라는 성직자들 문제나 간음하는 몇 목사들, 교회의 비리들과 같은 십계명을 어기는 심각한 문제들은 숨기고,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동성애를 부각시키려는 교회들을 보면 정말 착잡해요. 그래도 많이 이슈가 되는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올해 미국에서 동성혼 합법화 이후로 많이 이슈가 되어서 더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든 거 같아요.

 

어나더 / 퀴어문화축제 즈음 항상 나오는 질문들이 있잖아요. 굉장히 저급한 질문, ‘동성애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같은 것들이요. 근데 그 사이에서 긍정적인 말들이 많이 없고 우리한테 혐오발언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하는데 이런 사회에 하고픈 말이 있으시다면?

 

지인 / 너무 많은 부모들이 무지해서 자식들과 마찰이 있으니까 미디어나 학교에서 책임지고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존재도 있다는 걸 제대로 명시를 했으면 부모들이 이렇게 무지하지 않았겠지요. 그 존재가, 원래 옛날부터 엄연히 있었던 거라고 명시를 해야 하고, 다른 소수자들처럼 인정을 하고 제대로 인식을 해야 한다는 책임이 이 사회에 있다고 생각해요. 존재해온 사실이지 논쟁거리가 아니지요. 지구가 둥근 것에 찬성해요 반대해요 하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심각한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따돌림과 차별이에요. 유네스코에서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라는 교사지침서도 발간하였는데, 한국은 거기에 대한 심각성을 못 느끼고 오히려 교사가 차별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성소수자라 따돌림 당하는 애들도 있지만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쟤 게이 아니야?’ 하면서 놀리기도 하죠. 그런 건 사회의 인식이 잘못 만들어 놓은 거잖아요. 잘 교육을 했다면 그러지 않겠죠. 이성애자 중에도 동성 간 성관계를 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동성애자도 선택인줄 아는 거죠. 그 사람들은 선택이고 이성애자예요. 동성애자에겐 선택이 아니지요. 어느 논문에서 교도소에 있는 이성애자들이 성욕구를 참지 못해 동성끼리 성행위를 하였어도 교도소에서 나온 후엔 모두 원래대로 이성애자로 생활하더라는 연구를 보았어요. 이성애자가 동성 성행위를 해본다고해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아닌 거죠. 여전히 이성에게 끌리니까요. 사람들이 마치 동성 결혼을 인정해주면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로 변하는 줄 착각하고 있어요. 내 자신이 그럴 수 있나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인데요.

 

 

 

6. 미래

 

어나더 / 성소수자 커뮤니티나 지인님의 자녀분의 미래에 대해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세요? 어느 정도 지금도 자녀에 대한 걱정을 하시고 계실 것 같고, 관심이 늘어날수록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걱정도 생기셨을 것 같은데 미래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싶으신 게 있나요?

 

지인 / 지금 사회 인식을 빨리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건 가족인 것 같아요. 부모들이나 가족들이 먼저 힘이 되어 줘야 하는데 그걸 잘 모르고 있어요. 오히려 부모들이 끝까지 반대를 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자녀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도 가족이고, 더 힘이 되어 줘야 하는 사람도 가족이고 부모라는 걸 알리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사회 인식을 바꾸어야지요. 외국에서도 성소수자의 부모님들이 많이 행사를 해서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성소수자 부모님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어나더 /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생겼는데 이제 지인님은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 중 하나인데 5년 후나 10년 후 부모모임에서 꿈꾸시는 게 있는지, 아니면 부모모임 안에서의 5년 후 10년 후 본인의 모습은 어떠실 것 같은지 한 번 생각해보신 게 있다면?

 

지인 / 우선 부모님의 숫자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회원 숫자만큼 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신의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걸 알았을 때 ‘아 그런 모임이 있었지’ 바로 알게끔, ‘거기에 물어봐야겠다’ 생각하게끔 됐으면 좋겠어요. 숫자가 커져야 사회에도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어나더 / 저희가 드렸던 질문들 이외에 하시고 싶으신 말들 있으신가요?

 

지인 / 얼마 전에 미국 사회 시민 인식이 어떤지 영상을 보고 나서 생각이 든 건데 외국은 성소수자도 그렇고 인종도 그렇고 혐오 표현이나 소수자 차별을 했을 때 ‘hate crime(혐오범죄)’라고 해서 혐오범죄금지법, 차별금지법 같은 게 있더라구요. 혐오 표현을 받았을 때 바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그 법이 빨리 생겨야 청소년들이 따돌림 당했을 때, 성소수자인지 아닌지 떠나서 ‘네가 그렇게 언어적으로 폭력 하는 게 힘들다’라고 바로 고소할 수 있고, 그러면 가해자 애들도 일단 두려움을 갖게 되겠지요. 그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소수자들에게도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얘기해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동성애자는 평균적으로 13세쯤 본인의 성적지향을 깨닫고, 트랜스젠더는 6세 정도에 성별정체성을 깨닫게 된다고 해요. 동성애의 경우 정신의학회에서 그건 질병이 아니고 성향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1973년 정신 질환 리스트에서 삭제된 지 오래되었고, 트랜스젠더의 경우도 사회의 성별규범과 불일치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가 문제이지 ‘성별위화감’ 그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니에요.

 

개신교 혐오세력들이 전환치료를 많이 얘기해요. 인터넷에 ‘전환치료’라고 검색을 하면 위키백과에 자세히 설명이 나와 있는데, 그 전환치료의 과정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읽으면 어느 부모도 ‘우리 애 저렇게 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게 돼요. 그 치료로 인해 오히려 정신질환을 일으키고 더 많은 자살을 초래했다고 해요. 위키백과를 보시면 설명이 나와요. 혐오치료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그때마다 막 전기충격 주는 거예요. 미국에서는 아동학대법으로 처벌하고, 아예 전환치료를 권하는 상담사나 의사조차 법으로 금지시켰어요. 위키백과 끝부분에 보면 몇몇 의사가 끝까지 아동학대법 없는 도미니카 공화국 같은 곳 끌고 가서 하는걸 다큐멘터리로 찍은 게 있거든요. 그런 걸 부모들이 내 자식이 당한다고 상상을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이건 어딘가 아프거나 잘못된 게 아니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성소수자 자녀들은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게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힘든 상황들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자랑스러운 아이들이에요.

 

성소수자들의 자살 관련해서 말하고 싶은 건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가족이고 가장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도 가족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해요. 성소수자들이 집을 가출하고 자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부모로써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걸 부모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과 의사이신 정혜신 박사님이 성소수자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세상의 모든 매체가 이성애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두려움이나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요. 그러니 자기만 예외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인 받고 치유를 받아야 해요.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그런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연대를 해서 힘을 가져야 하고, 우리 부모들도 힘든 여정을 이겨내고 견뎌내는 성소수자 자녀들을 지지하고, 사회도 이제는 숨기고 속이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과 법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종교계도 혐오 선동을 멈추고 성소수자들을 사랑으로 보호해주는데 앞장서주면 좋겠어요. 저희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매달 많은 성소수자 아이들이 와서 부모님께 어떻게 커밍아웃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봐요. 미국의 어느 부모의 말처럼, 이젠 성소수자 자녀들이 부모가 받아들여줄지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커밍아웃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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