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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부모모임

인터뷰

[심층인터뷰]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 - 호수

 

호수님은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입니다. 처음 딸의 커밍아웃을 들었을 땐 이성애자가 되게 하려고 매일 새벽 딸에게 ‘악을 진멸해라’는 문자를 보내셨다는 하나 어머니는 이제 내 자식을 비판하는 교회에는 가지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부모님을 만나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이 없다고 하시네요.

 

인터뷰 한 사람 / 바람, 오소리

함께 한 사람 / 하나

인터뷰 한 날짜 / 201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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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열심히 교회를 다녔는데, 하느님을 사랑하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는데,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를 비판하는 곳에는 갈 수가 없는 거죠.”

 

 

1. 커밍아웃 이전

 

바람 / 자녀가 성소수자인 걸 알기 전에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호수 /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생각도 없었고. 그냥 홍석천이면 홍석천, 하리수면 하리수. 그 사람이 게이나 트랜스젠더라고는 전혀 와 닿지 않았어요. 평범한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남의 일이니까. 내 자식이 아니고 내 일이 아니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구나. 우리 애가 그랬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겠죠.

 

바람 / 자녀가 어릴 적에 성소수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신호나 힌트들을 남긴 적이 있나요?

 

호수 /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까 배 속에서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영적인 게 더 많잖아요. 배 속에서부터 나오기 싫어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힘든 삶이니까. 배 속에서 엄청 뛰었어요. 그래서 나올 때 탯줄을 감고 나왔는데 다행히 위험한 부분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간호사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엄마 나 나오기 싫어.” 이러면서.

그건 영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거고. 크면서는 몰랐죠. 전혀. 누구나 가지는 생각은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 생각을 존중했어요. 이상하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 “엄마 나 인형 대신 총 갖고 싶어.” 이러면 거기에 대해서 존중했어요. 이상하게 생각 안하고. 아 그냥 애가 이거 좋아하는구나. 남들보다 특별했지만 다르게 보지는 않았어요. 성소수자와 연관해서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자식도 한 사람의 인격으로 봤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배 속에서부터 가졌던 생각, 장난감, 주변의 친구들까지 다 생각했을 때, 아 그래서 그랬구나, 느끼게 된 거지, 그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그냥 얘가 너무 연약한 애인 줄 알고.

 

하나 / 수학여행 가는데, 버스 타는 곳에서 내 친구들한테 얘 건드리지 말라고. 괴롭히지 말라고. 엄마가 나를 너무 몰랐던 거지.

 

호수 / 왜냐면 말도 없고 그러면 왕따 당하고 그런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혹시 얘가 왕따인 건가. 얘를 건들이기만 해봐. 그랬던 거지.

 

하나 / 우울했던 거지. 친구랑 얘기해도 포인트가 다른 거야. 친구들이랑 얘기해도 재미가 없지. 깊은 마음 얘기 못하니까 멀어진 거지. 친구들을 싫어한 건 아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왕따인가? 우울한가? 이렇게 생각을 한 거지, 엄마가.

 

바람 / 커밍아웃 전까지 자녀분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호수 / 아무래도 우리는 그런 거에 대해서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으니까 그랬겠죠. 흔한 일이라든지 보편적인 일이라면 얘기하기 편했겠지만 전혀 준비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말하기는 힘들었겠지.

 

오소리 / 집 안 분위기가 자녀분과 대화를 자주하는 분위기였어요?

 

호수 / 그렇죠. 원래 얘기 자주 하고 많이 하고 했는데, 그냥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지, 평소 부모와 자식 간의 일상적인 대화.

 

바람 / 정기모임 중에 당시엔 이성애자가 되게 하려고 했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호수 / 내 아이니까. 내 아이가 남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사정을 하면, 윽박을 지르면, 그러면 돌아올 수 있을까, 지금은 그렇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바뀌지 않을까? 했던 거죠. 얘는 그런 거에 대해서 힘들어하고 속상해 하고 그랬어요. 부모모임에 와서는 너 이렇게 사는 거는 안 돼, 바뀌어, 이제 그렇게는 안 하죠.

 

오소리 / 자녀분이 성소수자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게 힘들까 봐 그러셨던 거예요?

 

호수 / 두 가지 다죠. 성소수자 자체도 힘들고 그거로 인해서 살아나가는 자체도 힘들어 보이니까.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잖아요. 전혀 생각을 못 하잖아요. 그냥 당연하게 나는 예쁘지 않지만 좀 더 잘생긴 남자를 원하고. 그런 평범한 삶인데, 우리 하나는 완전히 생각이 다른 거잖아요. 성소수자나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삶이나 힘든 게 와 닿는 거죠. 아무리 부모지만, 대화를 하지만 얘를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거죠. 저도 이해를 못하지만 얘도. 그냥 우리 딸이구나, 이런 아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존중해주는 거에 대해서 변화는 없지만, 이성애자면 잘생긴 남자를 만났네, 뭐 이렇게 자연스럽게 대화 할 수가 있는데, 하나가 어떤 애를 좋아할지, 이거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다른 거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려고는 안 해요. 왜냐하면 그거는 침범하는 거니까. 단지 엄마로서 자식을 존중해주긴 하지. 하나가 지금 사귀는 파트너 얘기하면 그거에 대해선 편견이 없어지는 거죠. 왜냐하면 파트너가 남자면, 이 사람이 성격이 나빠, 도둑놈 같아, 직장도. 부모가 남자친구에 대해서 편히 말하는 수 있는 편견, 그런 거에 대해서는 벗어나는 거죠. 똑같은 동성이니까.

 

 

 

2. 커밍아웃 / 아웃팅

 

바람 /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걸 알았을 때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연락할 생각은 없으셨나요?

 

호수 / 저희는 강원도 시골이니까. 막 찾으러 다니는 건 시간상도 그렇고 좀 힘들어요. 이런 거에 대해 알 만한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속으로만 끙끙 앓는 거죠. 그런데 하나가 (부모모임에) 가보라고 하니까 그래서 이렇게 온 거지. 만약에 얘가 인권단체를 모르고 스스로 힘들어하면서 나한테 물어봤으면 막 찾아보거나 했을지도 모르지. 하나가 모든 게 준비가 되어있을 때 얘기를 한 거잖아요. 엄마가 오해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 만날 수 있도록 루트를 다 알아서 지가 얘기를 해줬으니까. 제가 따라왔죠. 따라오니까 정말로 거기에 대해서 위로도 받고 어떻게 하면 인권단체를 지지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게 됐죠.

 

바람 / 어떻게 커밍아웃 하는 게 좋은 방법 인 것 같으세요?

 

호수 / 그런 거는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준비를 한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어느 누구든 힘들 거 같아요. 답은 없는 것 같고. 그렇지만 자녀들도 알 거 아니에요. 부모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해주는지. 커밍아웃 받은 부모들도 만나보니까 그런 마음은 다 똑같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뢰감을 가지고, 신뢰가 없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아. 왜냐하면 더 힘들어지니까. 주변에 형제나 동생이나 그렇게 해서 알아가게는 할 수 있어도 직접적으로 사이도 안 좋은데,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커밍아웃 하면 격이 더 벌어질 거 같아요. 저는 정답이 없다고 봐요.

 

오소리 / 맨 처음에 자녀분이 커밍아웃 했을 때 어떠셨어요?

 

호수 / 일단은 내색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싫다 좋다, 반응을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냥 그렇다는 것만 머릿속에 넣고 얘랑 대화로 풀 생각을 했지, 그 자리에서 깊이 파고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파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멀어질 것 같아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그런 거를 생각도 안 해봤으니까. 일단은 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혹여나 기도를 하면 돌아올까? 혹여나 말이나 다른 경제권 등으로 압박을 주면 좀 돌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얘는 어차피 성인이니까 경제권은 상관은 없는데, 그렇게도 생각을 해 봤던 거죠. 혹시나 돌아 올 까봐. 갑자기 이렇게 된 건 아닐까 해서.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건 생각을 못했고.

 

오소리 / 자녀분은 어머니의 첫 반응을 접했을 때 어떠셨어요?

 

하나 / 처음에 갑작스럽게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엄마 말대로 그 자리에서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서로에 대해서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웃으면서 가셨어요. 동성애가 죄니 아니니 이런 거조차 안하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 정보도 없던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그리고 나서 혼자서 생각을 하셨던 것 같은데. 그게 좋은 건진 모르겠어요. 혼자 정리를 하는데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가 없잖아. 나는 갑자기 된 게 아니고 나는 애기 때부터 그런 사람인데, 그런데 엄마는 너무 갑작스럽게 들어버리니까 매치가 안 되는 거지. 그리고 엄마가 강원도 살아서 좀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책이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봤겠지. 엄마에게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을 것 같아. 그럼 힘들었던 기간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호수 / 어느 부모든지 준비를 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커밍아웃을 갑자기 하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부모들은 굉장히 많이 놀라거든요. 그런데 얘처럼 인권단체 소속이 돼서 해 보세요. 이런 매개체가 되어 주니까, 와서 보고 했으니까 조금씩 거기에 대해서 알아가는 거야. 그리고 내가 또 교회를 다니니까 성경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는 거야. 성경에도 있는데 이게 뭐지, 막 이러면서 찾는 거야. 갑자기 커밍아웃을 하면 부모들은 당황을 하거든요. 당황을 했을 때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말고 이런 단체나 부모모임에 와서 얘기하는 게 완화가 되는 것 같아요.

 

하나 / 처음에 부모모임이나 인권단체 오라고 했는데 엄마가 좀 두려워했던 것 같아.

 

호수 / 왜냐하면 인정을 하기 싫은 거지.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스스로가. 그리고 내가 기도하고 이러면 돌아오겠지. 그런데 내가 미리 인권단체 가서, 부모모임 가서 얘기를 해? 돌아오면 그만인데. 그런 생각.

 

오소리 / 먼저 커밍아웃을 경험했던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커밍아웃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야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호수 / 그래도 제가 했던 게, 시간을 가지는 게 나았던 것 같아요. 어쨌든 인정하기 싫은 거거든요. 저도 그랬지만 아무것도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정점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서로 그런 시간이 있어야 대화가 되지, 서로 따지면 자기는 정체성에 대해 얘기를 할 거고 부모는 거기에 대해서 반대를 할 거기 때문에 저는 시간을 두는 것 같아요. 차라리 몰랐으면 나을 거 같아요. 홍석천, 하리수에 대해 싫어하는 느낌이 없고 그냥 한 명의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큰 거는 내가 혼자 스스로는 해결을 할 수가 없더라고. 부모모임 나오기 전까지는 성경도 보고 인터넷에서 찾아도 보고 했지만, 그거에 대해서 내 자식을 인정하긴 힘들었어요. 성경이나 인터넷이나 봐서는 인정을 하기 어려웠고, 같은 엄마들을 부모모임에서 만나고, 서로가 알아가는 과정, 내 자식이 이렇다는 과정, 이 집 자식도 이렇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 조금씩 치유가 되고, 어떻게 애들 인권을 찾아갈 수 있지 이런 거지, 혼자서는 전혀 안돼요. 내가 엄마를 바꾸겠다, 내가 자식을 바꾸겠다 이거는 아니고, 같은 마음이 있는 부모끼리 얘기를 해야 일맥상통하는 거를 찾는 거야.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다 통하잖아. 서로 논의하게 되고 이렇게 되는 거지. 커밍아웃 했을 때 절대로 부모 혼자 해결 할 수 없는 것 같아. 이해를 못해.

 

 

 

3. 갈등 / 고민

 

바람 / 정기모임 중에 자녀분이 파트너가 생겼을 때 마음이 복잡하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 마음이 복잡하셨나요?

 

호수 / 아무래도 잘 모르니까. 성소수자에 대해서. 우리 하나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우리는 그냥 평범하게 이성애자로 살아왔지, 하나처럼 동성을 좋아하는 건 전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몰라요. 왜냐하면 저는 한 번도 여자를 좋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얘가 좋아하는 애는 다 좋은 거야. 어떤 거든 사랑은 밀당이 있잖아요. 끌림이 있고. 잘해서 서로가 예쁘게 사랑하면서 여느 이성애자들보다 더 아름답게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오소리 / 맨 처음에 자녀분이 여자 친구를 소개 시켜 줬을 때 어떠셨어요?

 

호수 / 참 좋았어요. 그런 사람 만나기가 힘들잖아요. 하나가 좋은 사람 만나기가 힘들어요. 하나 같이 좋은 사람 만나기도 힘들지만. 이경(하나의 애인)이 같은 경우는 그래도 어쨌든 하나가 좋다 하니까 좋을 만한 이유가 있는 거고. 그래도 밀당에서 지면 안 돼. 막 싫어하는데 쫓아다니지 말란 거지.

 

하나 / 소개 시켜 주기 전에 이경 사진 보여주고 그랬잖아. 그때는 어땠어?

 

호수 /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 전혀 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

 

하나 / 아니 커밍아웃하고 나서. 폰에 있는 사진 보여 준다던가. 이경 얘기를 한다거나.

 

호수 / 그래도 그게 와 닿지는 않지. 이경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어. 그냥 사귀는구나. 우리가 이성애 식으로 좋아하면 아주 그냥 밀당을 잘해야 하거든. 그런데 얘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 거야. 그러니까 충고를 못 해주는 거야. 어떻게든 둘 다 상처 안 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그냥 그렇게 아주 아껴주고. 정말로 친구같이. 이성애자들도 살아가면서 상처받고 그러잖아요. 똑같은 거 같아요. 상처 안 받고 예쁘게 사랑을 키워갔으면 좋겠어.

 

오소리 /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로 지인에게 상담 받아 본 적은 있으셨나요?

 

호수 / 시도는 해봤지만 하나가 자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건 싫어하니까. 다만 성경책은 찾아보죠. 우리 아이가 어떤 앤지. 찾아보면 성경적으로 봤을 때는 슬픈 아이죠. 성경에서는 동성애에 대해서 하느님께서 심판을 해요. 이미 죄를 받은 건데 교회에서 왜 벌을 주냐고. 왜 죄냐고. 죄는 이미 다 받았어요. 그래서 교회에서 죄가 있다 없다 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저희한테, 우리 가정에 왔잖아요. 우리 가정에 와 준거에 대해서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을 해요. 그거는 어느 집이던지 그렇게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도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거잖아요.

 

 

 

4. 화해 / 해소

 

오소리 /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인간관계에 변화가 생겼나요?

 

호수 / 변했죠. 일단 제가 교회를 안가요. 왜냐하면 내가 너무 열심히 교회를 다녔는데, 하느님을 사랑하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는데,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를 비판하는 곳에는 갈 수가 없는 거죠. 교회가 싫다기 보다는 교회에서 내 아이에 대해 비판하는 걸 참지를 못하는 거죠. 교회가 변화가 되면 다시 교회 생활을 할지는 몰라도. 내가 열심히 다닌 교회에서 우리 아이를 비판하기 때문에 싫고, 숨기기도 싫은 거지. 내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걸 밝히지 않는 거는 비판하는 거에 동조하는 거지. 그래서 교회 바깥에서 싸우는 거죠.

 

오소리 / 교회 말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는요?

 

호수 / 말을 안 하니까 변한 게 없죠. 내 아이가 성소수자라고 떠들고 다니지 않으니까 변한 건 없죠. 교회에도 말하진 않았죠. 교회에서도 제가 왜 안 나오는지 모르는데, 단지 말은 하죠. 기존의 목사님들의 설교가 사랑이 없이 울리는 꽹과리 같이 들려서 못 가는 거죠.

 

하나 / 우리 엄마 나이 대쯤 되시면 사회생활, 주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교회라고 생각해요. 그게 빠져버리면 가장 큰 관계가 깨져 버린 거지. 거의 대부분의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교회 못 다니셔요.

 

호수 / 못 다녀. 내 자식을 비판하는데 못 다니지.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보고 위로를 해주던지 하면 교회 다닐까 말까 하는데 우리 애들을 비판하는 교회는 다닐 수 없죠. 그래서 못 다니는 거지.

 

오소리 / 아버지도 아시고 언니 분도 다 아시는데, 다른 가족과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속도 차이가 있나요?

 

호수 / 하나아빠 같은 경우는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인터넷을 보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툭툭 내뱉어요.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거지. 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아빠는 묵묵히 계시는 거야. 속으로만 생각을 하는 거야. 엄마같이 부모모임 쫓아다니고 이러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죠. 가라마라 이런 얘기 안하고 잘 갔다 오라고 하고. 이거에 대해서 가정에서 싸울 일은 하나도 없잖아요. 일단 내 자식이니까. 내 자식 살아가는 거 지켜보는 거랑 똑같죠. 다만 엄마는 나와서 얘기도 하고. 다만 아버지는 추세를 보는 거죠. 언니도 아빠랑 똑같아요.

 

오소리 / 저번 정기모임에서 언니 분이 동생의 성정체성을 미리 알았었는데 잊고 지냈다고 얘기 하셨는데, 왜 그러셨을까요?

 

호수 / 아무 생각이 없는 거죠. 너무나 모른다는 거지 사람들이. 똑같은 거 같아요. 내가 부모니까 더 걱정을 많이 하는 거지. 언니 같은 경우 잊어버린 거지. 와 닿지가 않으니까.

 

하나 / 배타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고 훨씬 긍정적이고, 동생으로서 예뻐 해주고, 잘살라고 지지해주지만, 네 인생이니까, 이런 거지.

 

호수 / 그거죠. 만약 내 옆집 같으면 아무 생각 없겠죠. 내가 처음에 홍석천 하리수 본거처럼 아무 생각 없는 거야. 그냥 주변에 있으면 씹는 껌이 되는 거지. 그럴 따름이지. 그 사람들이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잖아.

 

바람 /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이 있나요?

 

호수 / 똑같죠. 예전이나 지금이나. 더 달라 보이거나 그런 건 없어요.

 

하나 / 그래도 말이나 그런 게 훨씬 편하죠. 왜냐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터놓고 얘기하니까.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 솔직히 가장 얘기하고 싶은 게 이거에요. 같이 밥 먹고 있고, 내가 사랑하고 이런 얘기 하고 싶은데, 거의 대부분을 베일에 싸여서 말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커밍아웃하고 나서는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거지.

 

호수 / 내 옆에 같이 근무하는 애 딸이 대학생이에요. 딸이 남자친구를 좋아한대. 그럼 걔 엄마가, 지금 너무 좋다고 얘기하지 말아라, 그거는 걔한테 안 어울리니까 사주지마. 이런 얘기를 엄마가 딸한테 남자친구에 대해서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나는 하나랑 이경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거죠. 다만 서로가 좋아하는 거 밖에 모른다는 거지. 무슨 말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거지. 다만 서로가 상처받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은 거지. 옆에서 근무하는 애가 딸한테 얘기하는 거랑 내가 하나한테 얘기하는 거랑 맞아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거지. 그래서 이경이랑 하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동성 간의 사랑을 잘 모르겠다는 거지.

 

오소리 / 옆에서 딸 얘기할 때 어머님도 딸 얘기하고 싶지 않으세요? 그런데 숨겨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좀 답답하시죠?

 

호수 / 그렇죠. 할 말이 없죠. 동성혼이 합법이 돼서 우리나라에서 인정이 되면 우리 딸 얘기를 하죠. 우리 딸은 사귀면서 이런 데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고 다니고 얘기를 하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분위기가 안되기 때문에. 그래서 매일 기도하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동성혼이 합법이 되기를 기도를 하죠. 그래야만 얘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물어갈 수 있고. 평범해질 수 있는 거지.

 

 

 

5. 부모모임

 

바람 /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호수 / 하나가 부모모임 있으니까 이거 같이 들어보면 엄마도 힐링도 되고, 너무 깊게 생각을 해서 우울증도 오고 하니까 가봐라 해서. 여기 통로가 없었으면 저는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왜냐면 혼자서 고민을 하니까. 부모모임 와서 다른 부모들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 공감대가 형성이 돼서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지는 거죠.

 

하나 / 처음에 부모모임에 가서 지인님을 처음 뵙고 나서 지인님이 변화되는 모습을 초기지만 봤단 말이야. 처음엔 울기만 하시다가 투사가 되시더니 점점 쌈닭이… (웃음) 자기 자녀들의 삶을 좀 더 편하게, 평범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게 힘이더라고. 어머니들끼리 얘기하고 그러시는 거 보니까 마치 내가 다른 동성애자를 만나는 느낌이 들 거 같은 거야. 왜냐하면 나도 벽장 안에 29살 때까지 있다가 처음 동성애자인권연대에 왔을 때 물 만난 고기처럼 엄청나게 자유와 해방을 느꼈단 말이야. 부모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부모님도 동성애자 자녀를 가진 걸 커밍아웃 해야 하는 상황들이 벽장 안에 있는 상황이랑 똑 같은 거지.

 

호수 / 어딜 가서 내놓고 말할 수 있는 데가 없는 거지. 우리 아이에 대해 말할 수가 없는 거지.

 

하나 / 그래서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이 이야기 나누고 하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 거 같아요. 나도 동성애자가 변태고 이상하고 외계에서 온 사람 같다는 느낌이 평범해지는 과정이 정말 한 순간이었거든. 엄마도 이 모든 과정이 같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마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고, 계속 권했던 거고. 왜냐하면 이게 정말 큰 힘이기 때문에.

 

호수 / 생각보다 성소수자들이 참 많은 것 같아. 내가 어렸을 때도 있었을 거라고. 그걸 가지고 다 숨기고 살았단 말이야. 그래서 아마 범죄도 더 많았을 거 같고, 삶이 더 힘들었을 거 같고. 그런데 지금은 트인 세상에서 인권단체도 생기고 이렇게 해서 좀 이제는 나왔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부모들도 나와서 얘기를 하고. 나는 내놓고 말했으면 좋겠어. 그냥 안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부모모임에서 와서 바뀐 거지. 처음에 성소수자라는 걸 들었을 때는 애처럼 갇힌 기분이 느껴져서 힘들었는데 부모모임 와서 얘기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뀐 거지. 마인드가.

 

오소리 / 부모모임에 와서 마음이 바뀌신 거예요?

 

호수 / 와서 나와 같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엄마들을 만나고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 어떻게 하면 얘들이 살아갈 수 있는지, 인권, 평등을 위한 거에 동참해야 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 그 전에는 힘들었지.

 

 

 

6. 미래

 

바람 / 자녀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내다보고 계시나요?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호수 / 내 자식의 미래보다는 성소수자 전체의 미래라고 봐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으라는 거지. 길거리를 가서 옷을 팔든지, 신발을 팔든지 간에 살아남으라는 거지.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걱정되는 부분은 없어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거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는 없어요. 자기 인생이니까. 다만 충고는 해줄 수 있지. 만약 신발이 안 팔리면, 왜 신발이 안 팔릴까, 어떻게 하면 잘 팔리지 않겠느냐. 이렇게 충고는 해줄 수 있지만. 걱정한다고 이뤄질 건 없으니까 걱정은 안 해요.

 

바람 /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호수 / 우리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주입식으로 배워왔어요. 굉장히 주입식으로. 그래서 애들이 구석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한국 기독교가 100주기를 지나왔는데, 그 동안 소돔과 고모라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다뤄왔겠어요. 많이 다뤄왔기 때문에 100년 동안 밀려났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지. 창세기에는 동등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을 기독교에서 계속 밀쳐낸 거야. 밀어내서 이렇게 된 거지.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는 거야. 똑같이. 잘못된 인식으로 해서 밀려났을 뿐이지, 동등하게 살아야 하는데 기독교 문화 때문에 계속 밀려왔다는 거지. 엄청나게, 너무나 많은 세뇌를 당한 거지, 기독교에서. 북한도 왜 변화가 안 되겠어요. 안 변하잖아요. 사고방식이. 그게 뭐야, 세뇌잖아. 계속 주입식이잖아. 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탄압을 하고 죄악시하고 편견을 갖고 보기 때문에 이렇게 온 거지. 실질적으로는 성경을 다시 한 번 봤을 때는 얘들은 똑같아요. 얘들을 편견의 대상,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건 기독교에서 뿌리 깊게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슬프지. 왜 애들을 이렇게 생각을 못하나.

 

오소리 / 이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거네요.

 

호수 / 예전에는 성소수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예전에 성경을 읽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봤어요. 하느님 말씀이구나. 성경의 일부분이구나. 듣고만 있었지,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퀴어퍼레이드에서 기독교가 막 피켓 들고 했을 때는, 어머 이게 기독교였어? 이렇게 느낀 거야. 그래서 성경을 다시 봤지. 교회에서 너무나 많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것도 종교 지도자들이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듣기만 듣잖아. 그 사람의 생각을 가지고 우리에게 주입한 거니까 그렇게 된 거지. 절대로 기독교 개개인의 생각이라고 볼 수는 없죠. 그래서 저는 엄청 기독교에서 잘못했다고 생각을 해요. 왜 우리아이들을 하느님이 주신 동등한 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건지… 그전에는 아무 생각도 없다가.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하느님이 주신 기회라 생각해요. 전혀 다르게 생각해요. 소돔과 고모라 그거를 가지고 깊게 생각 안하고 있다가, 내 딸이 성소수자야? 기독교 갔더니 난리가 났어? 우리 딸이 정말 혐오의 대상이고 남들에게 그렇게 비쳐지는 대상인가?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아니라는 거지. 말씀은 같지만 보는 관점에선 다른 거지. 왜 혐오 대상이고 인권을 가질 수 없는 대상인지 이해가 안 되는 거지. 지금은.

 

바람 / 앞으로 본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호수 / 아까 말한 거처럼 그런 생각으로 중심이 섰어요. 우리 애는 혐오대상이 아니고 지켜줘야 하는 아이고, 여태까지 기독교에서 혐오대상으로 박혀 있는걸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죠. 그게 저의 미래에요. 기독교에서 생각이 바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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