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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부모모임

인터뷰

[심층인터뷰] MTF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라라

 

라라님은 20대 초반의 MTF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입니다. 부모모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초기멤버입니다. 젊었을 적부터 퀴어 영화를 보셔서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없었다고 하네요. 힘든 일이 많았지만 부모모임에 나오면서 많은 힘을 얻어 가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 힘을 부모모임을 새로 방문하는 다른 부모님들께 전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요즘 갖고 있는 고민은 자녀와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인터뷰 한 사람 / 바람, 모리

인터뷰 한 날짜 / 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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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어떠한 형편이라도 감사하고 즐거워하고 항상 기뻐하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어떤 상황이라도 기뻐하라는 거잖아요 그거는.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많이 노력을 했고요. 우리 아이 상황도, 내가 비참해지고 슬퍼지고 우리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럴 필요는 없다. 이것도 어쩌면 감사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쁘고 안 좋은 거고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바람 / 먼저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릴게요.

 

라라 / 저는 MTF 아이를 두고 있는 트랜스젠더 엄마입니다.

 

 

1. 커밍아웃 이전

 

바람 / 자녀분이 성소수자인 걸 알기 전에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홍석천이나 하리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라라 / 성소수자에 대해 어떠한 것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해보진 않았어요. 근데 제가 20대부터 아이를 낳기 전까지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보았고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그 영화들 중에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들이 꽤 여러 편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거부반응이나 그런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바람 / 주로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라라 / 트랜스젠더가 등장했던 영화는 <헤드윅>이 있었고,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가 있었어요. 인상이 깊어요. 그리고 <결혼 이야기>라는 중국 영화도 게이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어요. 네, 그 정도였던 걸로 기억이 돼요.

 

모리 / 그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느낌이셨어요?

 

라라 / <헤드윅>에 등장하는 그 헤드윅은 트랜스젠더인데 좀 과장된 드랙퀸 모습이 어서 처음에 홍보 영상을 보고 굉장히 신기하고 호기심이 들기도 하는 그런 영화였고요. 그리고 그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저는 여성주의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여성주의를 공부 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만나는 친구가 레즈비언 커플이었어요. 근데 그 친구들이 소개를 해줘서 그 영화를 보게 됐어요.

 

모리 / <헤드윅>을?

 

라라 / 네. <헤드윅>을요. 그리고 그 당시에 그 친구와 함께 친구 생일파티라고 해서 같이 가게 됐는데 갔더니 남자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레즈비언들의 L파티라고 소개를 들었어요. 그래서 어쩌면 그 당시에 저는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 같은 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는.

 

모리 /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하고 계셨나요?

 

라라 / 성소수자도 내 친구의 친구들이니까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그리고 트랜스젠더는 좀 다르게 느꼈어요. 그 영화 속의 인물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묘사 되어 있지는 않았고 강한 인상을 남겼거든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트랜지션이, 아주 패싱이 잘 됐다고 하는 그런 류의 주인공은 아니었어요. 덩치도 크고 남자 같은 외모인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고 여자 옷을 입고 손톱도 굉장히 길고. 그 모습이 저한테는 되게 강하게,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야 되나? 예쁘게 트랜지션이 되신 분들은 하리수 밖에 본 적이 없어요. (웃음) 그런 분들은 내 눈엔 안 띄었겠죠. 사실은. 그쵸? 그래서 제가 본 트랜스젠더는 그런 눈에 띄는 분들만 보았다는 거예요.

 

바람 /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어떠셨어요?

 

모리 / 저는 이 영화를 본적이 없어서.

 

바람 / 저도.

 

라라 / 이 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몇 편을 봤는데, 그 <나쁜 교육>이라고, 가톨릭에서 운영하고 있는 남자 어린이 성가대거든요. 좀 오래 전이라 기억이 어렴풋하긴 한데 거기서도 동성애를 약간 다루는 내용이 있었어요. 대충 신부님이 어린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그런 영화라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그런 영화였는데,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이라는 영화는 나의 어머니가 그 어머니의 애인을 찾아간 이야기에요. 찾아가서 그 애인을 보게 되는데, 제가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분이 주인공의 아버지였던 것 같아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이라는 제목에서도 보여 주듯이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이 트랜스젠더고, 트랜스젠더가 이 영화 속 화자의 아버지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그분들이 가서 엄마가 트랜스젠더 여성을 만나서 얘기를 하는 장면, 또 트랜스젠더 여성분이 만나는 여성도 거기 내용에 나오는데, 그 분이 임신 중이었는데 에이즈 판정을 받은 거로 나와요. 그 영화에서는 그래서 어떤 스토리화해서 트랜스젠더 문제를 그렇게 다뤄주고 있지는 않은데, 거기에서 에이즈 문제라든지 트랜스젠더의 삶의 어떤 힘든 모습들, 그런 것들을 시사화 해주고 있는 거 같고요. 그 영화가 지금이 아니고 오래전에 만들어진 영화라서 인권 문제를 다루거나 하는 건 아니고 예술 영화기 때문에, 제가 20년 전, 25년 전에 본 거니까요. 일단은 제가 트랜스젠더를 직접적으로 본 것은 그 영화 속에서였어요.

 

모리 / 영화 보고 나서 어떠셨어요?

 

라라 / 아, 그런 거죠. 일상적이지 않은 의문들을 저한테 던져준 계기가 되었지만 뭐 거기에 대해 누구랑 알아보고 토론하고 공부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냥 ‘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바람 / 자녀분이 어릴 땐 어땠나요? 지금 돌아보면 신호나 힌트 같은 걸로 생각되는 게 있으신가요?

 

라라 / 네, 아주 많았어요. 저의 아이는 4, 5세 정도 됐을 때부터 여자아이 같이 많이 놀았어요.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는 본 적이 없어요. 그 당시에 세일러문, 디즈니에서 만든 미녀와 야수 그런 거. 그리고 자기 옷이나 신발 같은 것들을 여자 아이들이 입고 신는 걸 갖고 싶어 했고, 우리 아이 머리를 제가 남자처럼 깎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뒷집에 있는 친구에게 우리 애랑 놀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얘 여자 아니었어요?”물어봤어요. 남들에게도 여성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6살 때 쯤에 아빠하고 대중목욕탕을 처음 보냈었는데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서 목욕탕에 못 데리고 갔었어요. 그런 기억들이 많이 있고요. 초등학교 때는 자기 여동생 스커트를 많이 입고 뮤직비디오 보면서 걸 그룹 댄스를 많이 추고 놀았어요. 그런 건 집에서 놀이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놀았어요. 자기 동생들을 굉장히 잘 돌봐주고 음식 같은 것들 챙겨서 동생들 먹이고 하는 걸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 그 정도.

 

모리 / 입고 싶고 갖고 싶어 하던 옷이나 신발이 어떤 거였어요?

 

라라 / 신발은 여자 샌들에 세일러문 그림이 있는 거, 갖고 싶어 해서 사줘서 신기고 다녔어요. 그해 여름에는 그걸 신었고, 아니다. 신긴 거 같지는 않다. 안 사준 것 같아요. 기억이 어렴풋한데, 근데 굉장히 그 앞에서 사달라고 떼를 썼었어요. 갖고 싶어서. 여자 아이 옷을 사달라고는 안 했는데 색깔이 예쁜 걸 좋아했어요. 그때 어릴 때 그렇게 마음껏 자기가 갖고 싶고 입고 싶은 걸 못 입어서 그런지 최근에 자기 방을 올 핑크로 꾸몄어요.

 

모리 / 어떤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라라 / 초등학교 때 친구들은 대부분 여자아이들이었어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해서 친구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어요. 아이가 어릴 때. 방과 후에는 거의 동생들하고 많이 놀았고, 우리 아이한테 들어보니까 자기는 여자 친구들과 잘 통해서 여자 친구들과 놀았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지금도 여자 친구들이 많아요.

 

모리 / 그러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시긴 하셨을 것 같은데.

 

라라 / 이상하다는 생각은 저희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초등학교에서는 여자랑 남자가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하잖아요. 중학교 1학년 한 학기 정도를 다니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힘들어했어요. 그 당시에 저는 아이가 좀 말을 많이 안하고 성격도 소심한 편이고 해서 성격 때문에 중학교에 적응을 못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아이가 등교거부를 했는데 그 아이 뜻을 들어줬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학교를 접고 홈스쿨링을 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보았거든요. 등교 거부를 한 이유가 같은 반에 짝꿍이나 주변 남자아이들의 언어폭력, 말이 굉장히 거친 걸 견디지를 못하고, 그리고 같이 어울려서 놀던 여자 친구가 주변에 없었고. 그래서 많이 힘들어 했어요.

 

모리 /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런 게 없었던 건지?

 

라라 / 네, 그런 게 없었고, 잘 지냈어요. 학교도 잘 지내고 성적도 좋았고 굉장히 의욕적이고 그 당시에는 자존감이 굉장히 높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교 까지는. 저희 아이도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알게 된 게 초등학교 6학년 말 정도라고, 초등학교 6학년 때라고 하거든요. 중학교 생활이 아마 그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나 그 외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 이런 것 때문에 학교생활이 어려웠지 않았나. 지금 돌아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모리 / 중학교 때 말고 그 전에는 어떻게 생각했어요? 막 여자 샌들 신고 싶어 하고.

 

라라 /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거는 예쁜 모습이고 자기가 본 만화 영화의 주인공이니까 갖고 싶어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모리, 바람 / 정말요?

 

라라 / 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모리 / 아버님도요?

 

라라 / 네에. 좀 그런 거는 갖고 놀 수 있지 않나요? 저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모리 / 자녀분의 동생 중에 남동생이 있잖아요. 남동생과 자라면서 다른 점은?

 

라라 / 근데 저희 부부가 성격이 좀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좀 소심해요. (웃음) 저희 집 아이들이 그런 면들을 다 성격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 막내 아이도 그렇게 막 남성적이고 와일드하게 행동하고 그러진 않았어요. 근데 운동을 좋아하긴 했죠. 근데 큰 아이는 운동은 싫어했고. 그래서 좀 여자 아이 같고 집안 정리하고 물건 제자리에 놓고 이런 것도 굉장히 좋아해서.

 

모리 / 저희 아버지는 손자를 보면서 저희 집에 아들은 저밖에 없으니까 남자애가 크는 걸 처음 본거에요. 엄마 아빠가.

 

라라 / 아~ 다르다는 걸 아시는 구나 (웃음) 이제 그거를 아시고서 그게 눈에 보이는 거죠. 근데 저희 애들 어릴 때는 그런 걸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지금 그런 캐치된 기억이 없는 거예요. 근데 그런 생각은 했어요. 우리 딸아이, 그러니까 여동생이랑 큰 아이랑 성격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은 했었어요. 우리 둘째는 굉장히 섬세하지는 않은 편이거든요. 벌레 같은 것이 보이면 둘째가 잡고. 큰애는 무서워서 도망가고. 그런 다른 게 생각이 나네요. 막내는 밖에서만 놀았어요. 얼굴 새까맣게 그을려져서 뛰어 놀고 곤충 잡으러 다니고 매미 같은 거 잡으러 다니고.

 

모리 / 나이 터울이 어떻게 되요?

 

라라 / 30개월 터울씩 되요. 30개월, 32개월.

 

 

 

2. 커밍아웃 / 아웃팅

 

바람 / 자녀가 성소수자인 건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라라 / 우리아이가 중학교 때 학교를 그만두고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미용을 배웠어요. 그래서 17살 때부터 집을 떠나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됐죠. 근데 가끔씩 저희 집에 방문하게 됐는데 방문 했을 때 어떤 선물 꾸러미랑 편지를 받아왔어요. 저희 집에 온 길에 누구랑 약속을 해서 만난다고 외출을 했었거든요. 근데 나갔다와서 선물이랑 편지를 받아왔는데, 그 편지가 뭔지 그때는 확실하게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때도 그랬다는 게 지금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하는 건데 어떻게 얘기를 할까...

 

모리 / 애인이 선물을 준거죠?

 

라라 / 네, 준거죠. 첫 번째 만나서 선물 주고. 진짜 편지 깨알같이 썼던데.

 

모리 / 편지 보셨어요?

 

라라 / 나중에 봤어요. 나중에.

 

모리 / 보여줘요?

 

라라 / 아니, 몰래 봤죠. 몰래가 아니라 걔 물건을 이제 정리를 해 가지고 왔었는데 거기 안에 들어있어서 알았죠.

 

모리 / 몰래 보신 거네요.

 

라라 / 네, 몰래 본 거네요. (웃음) 그때 걔네들이 헤어지기로 합의를 보고 그러고서 짐 싸서 데리고 왔는데 일주일 뒤에 걔가 야밤에 큰애를 데리러 왔어요. 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 아이가 직접 이야기 해준 건 아니고. 그래서 이때까지는 트랜스젠더라고는 생각 안하고 성소수자이구나, 남자를 사귀니까 이성애자는 아니라는 거.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게이니 성소수자니 하는 얘기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 아이가 좋아하는 대상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구나 라는 정도를 알게 된 거죠. 우리 아이가 학교를 중단하고 직장을 우리가 살던 도시에서 구할 수도 있었는데, 17살이면 아직 미성년자인데 서울로 떠나서 산다는 게 두렵기도 할 거 아니에요. 근데도 막 강하게 서울로 가기를 원했어요. 그런 것들이 함께 있으면 이야기하기도 좀 힘들고, 약간 자유롭게 자기의 정체성대로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해서 일찍 집을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 어떤 엄마였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왜 이 아이가 저에게 솔직하게 한번이라도 자기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나는 아무래도 여자아이 인 것 같다고 이런 이야기를 왜 못했을까 고민을 해봤어요. 생각을 해보니 아이 생각을 들어주고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보다 조금 제 방식대로, 제가 생각하는 원칙대로 아이들한테 명령하고 요구하고 그런 방식으로 육아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저한테 고백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알게 된 지금은 우리아이가 솔직하게 저한테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게 좀 많이 아쉽거든요.

 

모리 / 근데 저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라라님은 그렇게 명령하고 요구하고 그렇게 육아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라라 / 근데 제가 직장생활 할 때는 학습지 교사여서 이런 거 많이 했어요. 우리 큰애한테는 걔가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 몇 시까지 막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데 네가 동생들 돌봐 줄 수 있니?”그런 식으로 오후에 그런 것들이 있었죠. 오늘 숙제 해 놓고 뭐 해놓고 피아노 학원 갔다 와서 뭐해라 이런 것들이 있죠. 그런 게 주를 이뤘던 거예요. 근데 어릴 때 그런 거를 순종적으로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근데 그렇게 삶이 반복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엄마가 하는 말을 들어야 된다는 거죠. 거기에 대해서 반항하고 자기의 다른 의견들을 내놓는 훈련이 안되었던 것 같아요. 한번 때린 적도 있어요.

 

모리 / 그냥 ‘있는’ 수준 이신 거죠?

 

라라 / 한번 있어요.

 

모리 / 한번이요? 저는 정말 많이 맞고 자랐어요,

 

바람 / 저도 정말 많이 맞았던...

 

라라 / 싸워서 그랬나? 우리 애들이 동물들을 굉장히 많이 키웠는데 그런 것 때문에 문제가 있어서 때린 적도 있고. 그 이야기를 지금도 해요 엄청 슬프게 울면서.

모리 / 아 진짜요?

 

라라 / 제가 폭발하면 목소리가 되게 크거든요. 때린 건 아니라도 그런 건 폭력이잖아요.

 

바람 / 그렇죠. 폭력의 범위는 다양하니까요.

 

라라 / 제가 엄청 무서워요. 화나면.

 

모리 / 왜 그전까지 커밍아웃을 안했는지도 말씀해주셨는데, 추가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라라님이 교회를 계속 다니셨잖아요. 그것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되는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요?

 

라라 / 그런 것도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집에 함께 살 동안은 저희랑 같이 주일이면 교회에 항상 갔거든요. 그런 원인도 있을 겁니다. 소풍도 안간 적도 없었고 빠진 것도 없어서.

 

모리 / 그 교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나요?

 

라라 / 거의 한 적이 없어요. 최근에야 이슈화 돼서 반대 서명하고 그러지, 제가 다니면서 3-40년 동안 동성애를 다룬 설교말씀을 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바람 / 처음에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라라 / 충격적인 상황에서 알게 된 거라, 그 아이가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여서 그런 것들에 대한 케어가 중요했고요.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용만 했지 대화를 하지는 않았어요. 인정해준다고 지지를 해줬어요. 옷도 사주고 하고 싶다는 귀 뚫는 거도 다 해주고. 그 전에 저랑 조금 많이 트러블이 있었는데, 머리 기르고 화장을 하고 그런 걸로 트러블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줬고. 그거를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게 느껴지는데도 저는 그렇게 보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그 전에는 남들의 시선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못하게 했어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안 이후에는 그렇게 한 적이 없어요.

 

모리 / 그게 되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게 본인의 시선이기도 했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막 자녀분을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왜 여자 옷을 입을까 그런.

 

라라 / 저는 그렇지 않아요. 어떤 것을 판단하는 걸 싫어하고 이런 거를 안 하는 습관이 거기에도 있어요. 저는 좀 많이 그런 편이에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싫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가 스모키 화장 그런 거 하고 다녀도 그럴 수 있고. 트러블이 있었던 사건은 그거에요. 추석이 돼서 할머니 댁에 가야 되는데, 애가 아직 학교 자퇴 한 것을 모르는 상황인데 머리를 기르고 있어서 머리 좀 깎고 와라 했는데 안 깎아서 제가 뭐라고 했냐면, “머리 안 깎고 오면 오늘 집에 못 들어와.”이랬는데 이틀 동안 집에 안 들어왔어요. 그때가 기억이 나고 또 한 번은 주말에 저희 집에 방문을 했는데 같이 교회 갈 때 화장 좀 안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하고 갔어요. 그런 정도의 트러블이 있었어요.

 

모리 / 아버님은 어떠셨어요?

 

라라 / 저희 애기 아빠가 저하고 비슷해요. 성향이. 그런 것도 있지만 자기의 생각이나 이런 거를 강하게 표현을 안 하는 편. 속으로 생각을 하더라도 상대방 의사를 존중해서인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얘기 아빠는 한 번도 아이를 혼낸 적이 없어요. 여태까지 살면서 오히려 제가 막 그렇게 했지 혼낸 적도 없고 항상 예쁘다. 뭐 이렇게 잘 해주는 편이고.

 

모리 / 그게 가능해요?

 

바람 / 정말, 그게 가능해요?

 

모리 / 한 번도 혼내지 않는 게?

 

라라 / 네. 한 번도 혼낸 적 없어요.

 

바람 / 화내신 적도요?

 

라라 / 저한테도. 자기 기분 나쁘면 밥 먹을 때 조금 싫은 표현을 하는데 그러면 진짜 화가 난거에요. 심성이 되게 좋은 거죠. 제가 복이 많아요. 아빠하고 외모적인 문제 이런 걸로 트러블을 일으킨 건 한 번도 못 봤어요. 오히려 저하고의 문제로 아이가 이틀 동안 집에 안 들어왔을 때 막 아이 찾느라고 계속 밖에 다니시고 찾아보고. 오히려 문제가 있을 때 마다 해결을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해줬어요.

 

모리 / 커밍아웃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거 같으세요? 다른 분들 이야기도 많이 듣잖아요.

 

라라 / 일단 저는 커밍아웃은 꼭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이제 하는 시기를 선택 하는 것에 대한 문제거든요. 안하고 사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모리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라 / 삶에 대한 어떤 긍정이라고 해야 될까? 만족? 그런 부분을 마음속에 숨기고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을 약간 반감 시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것이 당사자에게 일단 좋지 않고. 근데 이제 그 마음보다 더 큰 크기의 힘든 장애나 벽이 있다면 좀 시기를 잘 선택해야 되는 문제라고 봐요. 보는데 그거는 당사자 각각이 처한 거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 거 같아요. 일단은 부모님과 좀 더 좋은 관계를 유지 하는 것 그리고 그래서 대화나 소통을 더 많이 하시고 그런 이후에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죠.

 

모리 / 그러면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커밍아웃을 왜 하셨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라라 / 최근에 성소수자이면서 자살했던 친구 이야기를 들었어요. 근데 그때 그 부모님이 죽은 친구가 성소수자라는 걸 죽고 나서 알게 되셨어요. 일단 자식이지만 자식도 남이니까 내가 몰라도 된다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제가 그 부모님이었다면 죽은 것도 굉장히 슬픈데, 그 원인이 조금이라도 그런 정체성으로 일어난 갈등 때문이었다면, ‘내가 몰라서 도와주지 못했구나.’라는 절망감이 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너무 힘드실 거 같아요. 자식에 대한 일을 부모님은 모르길 원치 않아요. 모든 부모님 마음인 거 같아요.

 

바람 /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의 커밍아웃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야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르게 반응했을 것 같으세요?

 

라라 /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와 대화하고, 이 문제가 사실은 감당하기 힘든 거라서 상담 선생님을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한다든지, 롤모델이 될 수 있는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영화를 본다던지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것도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고 이제 다 큰 성인이라 본인이 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3. 갈등 / 고민

 

바람 /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라라 / 알게 되었을 때 저희 아이와 함께 살지를 않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을 좀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바람 /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라라 / 예. 그동안 아이에게 가졌던 생각들 있잖아요. 아이가 학교에 적응 못하고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학교를 마치지 못하면서 일찍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그런 것들로 인해서 저도 마음이 좀 아픈 부분이 있었고 속상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이제 성소수자 라는 걸 알게 되면서 좀 속상하고 그랬던 마음이 뭐라고 그럴까 오히려 치유됐다? 치유 된 거는 아닌데...

 

바람 / 나아졌다?

 

모리 / 원인을 알게 됐다?

 

라라 / 원인을 알게 된 거예요. 원인을 알게 되어서 어떤 가졌던 의문이 풀렸다고 해야 하나 좀 그런 편이에요.

 

바람 / 이러한 문제가 있었는데 아 애가 그래서 이랬구나 하는?

 

라라 / 애가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적응을 못하고, 학교에서 여자아이 같다는 놀림을 받고 많이 받는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이 애한테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했던 건데 그걸 조금 일반화 한 거죠. 문제를 일반화 시킨 게 되는 거죠.

 

모리 / 커밍아웃을 들은 처음부터 아이한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을 하셨다고요?

 

라라 / 그렇죠. 성정체성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는 아니니까.

 

모리 /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을 하신 거예요?

 

라라 / 예. 그래서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어요. 신앙생활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덴. 오랫동안 의무적으로 감사를 해야 된다는 그런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암에 걸린 것도 오히려 감사해야 하고, 경제적인 어떤 어려움도, 어떠한 형편이라도 감사하고 즐거워하고 항상 기뻐하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어떤 상황이라도 기뻐하라는 거잖아요 그거는.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많이 노력을 했고요. 우리 아이 상황도, 내가 비참해지고 슬퍼지고 우리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럴 필요는 없다. 이것도 어쩌면 감사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쁘고 안 좋은 거고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어쩌면 신앙의 힘이었던 것 같은데 마태복음에 보면 남을 판단하지 말라는 문구가 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좋게 보이는 거를 추구하려고 안했어요. 나쁜 것도 나쁘다고 폄하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그 훈련이 우리 아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모리 / 보통 부모님들은 맨 처음에 제일 힘든 것 같은데.

 

라라 / 저는 걔 중학교 자퇴 할 때 제일 힘들었어요. 그때 막 너무 너무 힘들고 맨날 새벽 예배 가서 소리 지르고 기도하고 그런 과정들을 다 겪어서 좀 덜 그럴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 둘째랑 셋째 육아 방식이 확 바뀌었거든요. 개를 학교에서 놓아주면서 그런 힘든 시기가 이미 거쳐진 거 같아요.

바람 / 어떤 감정들을 느끼셨어요?

 

라라 / 슬프기도 하고, 힘든 부분도 있었죠. 평범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러면서 신앙의 힘이나 이런 걸로 극복 하려고 하면서 이제 아이를 어떻게 도와줄까. 남자아이를 사귀니까 동성애자잖아요. 그래서 동성애라는 검색어를 많이 쳐봤던 것 같아요. 알게 된 정보는 많지는 않고. 그래서 만나면서 좀 편하게 생각되는 그런 분들, 종교 안에서 교인들과는 그런 이야기를 못 나눠봤어요. 근데 제가 이제 그 외에 만나는 분들하고는 상의를 많이 했어요. 병무청에 있는 아는 분을 통해서 병역문제가 어떻게 되는지 그 당시에 알아 봤어요.

 

바람 / 처음 연락한 곳은 누구인가요? 어떤 도움이 됐나요?

 

라라 / 그때는 확실하게 우리 아이가 트랜스젠더라는 건 몰랐잖아요. 근데 이제 남자 아이를 사귀고 여자 같고 막 예뻐지고 싶어 하는 거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만나는 사람들한테 “우리 아이는 많이 여자다워지고 싶어 하는 아이인데, 그래서 많이 여성스럽다.”근데 군대 병역통지서가 계속 나와서 고민스러웠던 거예요. 군대 생황을 못할 거 같은데 어쩌면 좋을까 이런 상의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병무청에 있는 분이 알아본 결과를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고환적출을 하지 않으면 병역 면제되기는 힘들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당시에 저도 그런 거를 알게 된 거죠. 트랜스젠더가, MTF가 수술을 해야만 병역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거구나 그때 알았어요.

 

모리 / 그러면 병역 관련해서만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신건지? 처음 연락을 하신 게 병무청에 있던 아는 분인 건지?

 

라라 / 그분한테 처음 이야기하게 된 거예요. 그 타이밍에는. 그리고 그 후로는 이제 친정엄마한테 우리 아이가 성소수자라고. 그것도 동인련(행성인 단체명 변경 전)에 왔다 가서 이야기를 한 건데.

 

모리 / 그러면 병무청에 있는 분에게 이야기를 하고나서 동인련에 오셨던 거예요?

 

라라 / 동인련에 오기 전에 이야기를 한 거고. 동인련 온 게 2014년 8월. 제가 안 거는 2013년 8월경이고. 딱 1년 텀이 있었죠.

 

모리 / 2103년 8월에 처음 아시고 그러고 나서 병역 관련해서 이분이랑 상의 하시고 그러고 나서 2014년 8월에 행성인에 오신 거죠?

 

라라 / 네. 행성인에 올 때부터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선천적인 거는 이미 알고 있는 거기 때문에. 그건 아는데 그 용어, 그러니까 남자를 사귀니까. 그 전에 트랜스젠더 영화를 봐서 그런 분들을 봤는데도 이게 명확하게 모르겠고. 그 용어에 대해서 지식이 없어가지고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게이일까? MTF일까? 그래서 바로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자기는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수술도 하고 싶다고. 자주는 아니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모임에 나와서 듣고 보고 활동했던 것들이 제게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해줬고 그동안 어렴풋하게 알았던 것들, 알긴 알았는데 뭔지 몰랐는데 다 정리가 되고.

 

모리 / 친정어머니에게 이야기하셨던 건 어떤 건지?

 

라라 / 아이가 트랜스젠더라고, 자기가 MTF라고 확실하게 말을 하고 나서 그 다음 해 11월까지 수술하기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친정어머니가 미리 아셔야 걱정을 안 하실 것 같아서 어머니에게 “우리아이는 자기를 여자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수술을 계획한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친정엄마가 “야 너는 그걸 이제 알았니? 빨리 해줘야지.”이렇게 이야기 해주셨어요. 해야 된다면 빨리 해줘라 그거 였어요. 답변이.

 

바람 / 관련된 영화를 찾아보셨나요?

 

라라 / <바비를 위한 기도>는 못 봤고요. <바비를 위한 기도>는 유튜브에 있는 마지막 멘트 정도만 보게 됐고 작년 인권영화제에서 퀴어 관련 영화들을 봤어요. <메이슨> 같은 거 봤고, 여자 롤러스케이트 팀 그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는데 그런 영화들도 봤고, 부모모임에서 같이 <마이차일드> 보게 됐고 그리고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에서 <대니쉬 걸>도 봤고 <번스타인> 영화도 봤어요. 그 영화 보면서 트랜스젠더이면서 동성애자도 있구나 하는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꼭 자기를 여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몸을 여성으로 바꿔야 된다는 성별이분법적인 생각도 없앴어요, 그러면서 작년에 아이가 수술을 안 하고 트랜스젠더로 살겠다고 선언을 했잖아요. 그렇게 하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어요. 2014년 8월 이전에는 신앙으로 치유를 했었고요. 그 이후에는 성소수자 부모모임하고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을 같이 나가면서 그런 거들로 인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성소수자의 삶도. 트랜스젠더 세미나도 갔었고 우리 모임 대화 속에서도 정보를 많이 얻잖아요. 다각적인 방법으로 단시간에 조금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이 공부해야하고 그렇지만 기본적인 지식은 많이 알게 되는 거 같아요.

 

모리 / 많이 알게 되신 게 도움이 됐나요? 치유됐다거나 안정이 됐다거나.

 

라라 / 네. 굉장히 도움이 됐고요.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가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것만으로는 행복하지 않겠구나.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람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이 우선 바뀌어야 편하게 다니고. 우리가 같이 외출을 해서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가 너무 너무 궁금해 하시거든요. 물어보고 싶어서. 막 어찌 할 줄 몰라. 식당에 가도 여자에요, 남자에요 꼭 물어보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런 마음을 제가 알아요. 왜냐하면 제가 여기 행성인에 와보면 행성인 당사자 분들 정체성이 궁금했었어요. 처음에는 그래서 속으로‘아, 저 분들은 레즈비언일까? 게이일까? 아니면 트랜스젠더일까?’뭐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들도 우리 아이를 볼 때, 뚝 떨어지지 않는 외모를 갖고 있으니까 ‘남자일까? 여자일까?’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 이해는 하고 있지만, 그런 시선을 우리 아이가 느꼈을 때 불편감이 있잖아요. 그게 어쩌면, 예를 들면 좀 위험한 말일 수 있지만 장애인을 바라볼 때 그들이 느끼는 시선하고 어떻게 보면 비슷한 문제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자꾸 목소리를 내서 성소수자들이 살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이 제정이 되고 법적인 혜택이 생기는 것 이전에 시선이 바뀌어야 그런 법들이 제정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이후부터 만나서 편안한 지인 분들한테는 “저희 아이가 성소수자입니다.” 혹은 “MTF 트랜스젠더입니다.”라는 걸 밝혀요. 그러면 반응들은 각양각색이긴 해요.

 

바람 / 밝히시는 이유가?

 

라라 / 노출이 되어야만 그 대상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방향이 어떻든 간에 생각을 해야 그들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제가 만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제 주변부터 조금씩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동기들한테도 최대한 이야기를 하고요. 제가 소속된 모임 밴드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바람 / 신앙적 갈등이 있으셨나요?

 

라라 / 내적치유죠. 요즘 전환치료처럼 이야기하는 그런 행위를 우리 아이한테 한 적은 없어요. 절대 그걸로 바뀔 거라고 생각도 안하고요. 내적치유는 그런 거예요. 신앙 이라는 게 어떤 힘들고 아프고 무거운 짐들이 있을 때, 내가 고민들이 있을 때 가서 내가 믿는 신에게 내려놓잖아요. 그 문제를 맡기고 나는 이것을 풀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당신이 그 문제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장 최선의 방향으로 바꿔 주십시오. 당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방법으로. 내가 그런 식으로 내려놓고 맡겼다고 해야 하나 그런 방법을 썼어요. 남들은 방치라고 할 것 같아. (웃음)

 

모리 / 교회에서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들려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뭐 동성애 치유라든지. 뭐 자녀분이 트랜스젠더 이긴 한데.

 

라라 / 그런 문제도 작년 퀴어문화축제에서 보고 기독교의 시각을 알았어요. 그렇게 강하게 반대 한다는 걸. 그 전에는 우리 애를 데리고 가면 나와 같은 눈으로 우리 애를 예쁘게 봐주진 않는다는 거 정도였지만 그분들도 되게 남들을 사랑하고 이런 마음들이 많이 있는 분들이라 화장한 거에 대해서도, 우리 애가 눈에 다래끼가 나면 “이것 봐 화장해서.”그런 식의 말은 했지만, 막 그렇게 우리 애가 거부감을 느끼게끔 이야기 하신 분은 없었어요.

 

바람 / 작년 퀴어문화축제 때 그거 보고나서 약간 우울해지셨던 것 같은데.

 

라라 / 문제의식을 느낀 거예요. 이렇게 많이 조직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

 

바람 / 정말 라라님의 예상을 뛰어 넘었죠?

 

라라 / 충격이었어요. 그 뒤로도 교회 가서 모임을 할 때나 이럴 때 이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떠보고 싶더라구요. 교회라는 게 그래요. 화자가 설교말씀을 하면 일방적으로 화자의 말을 듣는 방식이고, 기도는 조용히 해야 하고 돌아오잖아요. 그게 내 말을 얘기를 하고 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근데 구역모임은 서로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 저는 밝혔어요. 우리 아이가 트랜스젠더다. 그런데 서울에 가서 퀴어문화축제 갔다 왔는데 종교계에서 동성애 반대운동을 굉장히 강하게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 까지 했어요. 했는데 그걸 들으신 분이 그러더라구요. 대부분 트랜스젠더에 대한 생각은 우호적이시더라구요. 자기가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그거는 수술하면 자기가 여자로 돼서 남자를 좋아하는 거니까 동성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조금 우호적이라고 느꼈고요. 근데 트랜스젠더 동성애자도 있잖아요. (웃음) 근데 동성애는 이야기 하시기를 몸은 멀쩡하면서 취향적으로 남성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안 좋아 할 수도 있는데.

 

모리 / 변태. 쾌락을 위한.

 

라라 / 그렇죠. 쾌락을 위해서 동성애를 즐기는 거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쁘고 죄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바람 / 그 교회 사람들이?

 

라라 / 네. 그분이, 나랑 이야기 한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바람 / 그러고 나서 교회를 안가겠다고 선포 하셨다고?

 

라라 / 네. 그 뒤로 작년 8월 이후에. 2015년 퀴어퍼레이드가 6월이었잖아요. 8월에 우리 애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두 달 있었고 10월에 이사를 왔잖아요. 그 과정에서 교회를 안다녔잖아요. 이사 오고 나서 교회를 새로 정해야 되는데 미적미적 하고 있었죠. 그러면서 우리 남편은 주일이면 계속해서 예전 교회 동영상을 듣고 예배를 어떻게 드려요. 근데 거기다가 대고 듣지 말라고는 안했어요. 듣고 교회가시는 건 좋은데 저는 안가겠다고 선언을 하고 있던 차에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전에 동인련 시절 모임에서도 소개를 해줬는데 알아보거나 알지는 못했고요. 이제 코앞에 닥친 문제니까 교회를 정해야 돼서. 처음에 남편은 거리상의 문제가 있으니까 집에서 가까운 인근 교회에 등록을 하고 가족들은 거기를 다니고, 저만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등록까지 했어요. 그랬는데 인근 교회에서 심방을 해주겠다고 하시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가 한참 선거철이어서 기독자유당 메세지와 천만인 서명운동, 반 동성애 운동을 눈으로 본 시점이랑 겹쳐서 제가 도저히 그분들을 저희 집에 모실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등록을 철회를 하고 남편하고 함께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에 등록을 했어요. 잘은 못 갈 거 같지만.

 

바람 / 커밍아웃과 관련해서 상담을 받아보신 경험이 있나요? 상담사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었나요?

 

라라 / 제가 상담을 받은 건 아이가 처음 등교거부를 했을 때 아이랑 함께 청소년 정신과 상담을 받았어요. 그때는 성정체성의 문제를 알지 못했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많이 여자답다 그런데 이거를 어떻게 해야 되나, 고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런 것에 대해서.

 

바람 /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셨나요?

 

라라 / 안했죠. 어릴 때부터 쭉 그래왔는데 내가 보기에도. 계속 그런데 걔를 어떻게 뜯어고쳐. 근데 그냥 앞으로 살아가는데 이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죠. 학교도 못가도 있는 실정이어서. 근데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 지수 검사 뭐 이런 거를 해주셨는데 아이는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더라구요. 학교를 그만뒀으니까 너무 좋은 거야. (웃음)

 

바람 / 다른 검사 같은 건 받아보셨어요?

 

라라 / 그때는 이런저런 검사를 안 한 거 같아요. 스트레스 지수랑 상담만.“어머니 요즘 세상은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여성적인 성향이 어쩌면 강점이 될 수도 있어요.”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우리 아이가 자기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선생님에게 털어놓았다면 상담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어머님이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신데 그거를 좀 받아들이시고 하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아 여성적인 게 좋은 거구나.’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하니까 여성성을 남자가 갖고 있는 게 장점이 될 수 있고 좋을 수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 거예요. 꼭 나쁜 건 아니구나. (웃음)

 

바람 / 내담자가 “저희 아이가 여성스러워요.”하면 보통 다른 편견적인 말이나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상담을 하시는데, 다양성이 인정되는 시대라고 했다는 게 놀라워요.

 

라라 / 그래요? 어, 만약 하늘님이 들었던 말씀처럼 프로이트나 뭐 어릴 때 부모님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실 수도 있었는데 다행인거죠. 그렇게 이야기를 받아서.

 

 

 

4. 화해 / 해소

 

바람 / 커밍아웃 이후 자녀와의 관계에서 달라진 것이 있나요?

 

라라 / 음 우리 아이요? 좀 더 자기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해줘요. 그 전보다는. 이제 트랜지션 과정도 함께하기로 했었잖아요, 그래서 좀 신뢰감이라고 해야 할까? 부모에 대한 신뢰, 그런 걸 좀 더 느끼는 거 같아요. 우리 아이가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참 좋으시다.”지 동생들한테 엄마 아빠 같은 사람은 없는 거 같대. 자기 주변 친구들의 부모님들을 만나잖아요. 성소수자 친구들 많이 보니까 그런 이야기들 하곤 해요. 그런데 요즘 관심이 다 자기 연애 문제 거기 있으니까 그런 거 하고는 또 틀린 거 같아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결될 문제여서.

 

바람 / 자녀분이랑 자주 만나세요?

 

라라 / 자주 보고 싶은데 자주 안 만나줘요. 내가 그래가지고 카톡에다가 계속 맨날 보고 싶다고 엄청 써대요. 엄청 써대면 어쩌다 한번 가끔 ‘잘 있어.’ 달랑 잘 있어, 이게 끝이에요. 귀찮은 거야. 엄마한테 귀찮죠. 다 큰애한테 유치원 때 해줘야할걸 지금해주고 있어. (웃음).

 

바람 /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삶의 원칙이나 태도, 시각이 변한 게 있으신가요?

 

라라 / 그런 건, 어, 말조심이라고 해야 되나요? 제가 가진 생각하고 다르게 나오는 말들이 있잖아요. 언어적인 습관 때문에. 작년에 트랜스젠더 세미나 이후에 트랜스젠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적이라는 말을 썼어요. 태생적이라고 해야 하나. 선천적이라는 말이랑은 조금 틀리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트랜스젠더 친구들이 굉장히 거부 했어요. 그 말을. 왜냐하면 걔네는 태어나면서 부터 가진 게 트랜지션을 하고 싶은 건데 그 트랜지션 하는 걸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걸로 들은 거예요. ‘아 이런 말들 잘 선택해서 써야겠구나.’그런 생각을 했구요..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말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더 갖게 됐어요.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게 되고, 내 아이한테도 그냥 인정을 한다고 하면서도 거의 1년 동안 아들아, 아들아 하고 불렀던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그런 행동들이 작지만 변하면서 저도 생각이 바뀌어 가는 거 같아요.

 

바람 / 커밍아웃 이후 라라님의 인간관계에 변화가 있었나요?

 

라라 / 그런 생각해요. 제가 약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우리 동생들이나 지인들을 잘 챙겨드리거나 뭐랄까 전통적으로 살갑게 못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내가 성소수자인 아이를 커밍아웃하면서 이렇게 반성이 되는 거예요. 지나온 삶이 반성이 되는. ‘아, 내가 좀 더 잘 살고 그들이 보기에도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게 살았으면 내가 하는 이 말들에 저들이 좀 더 관심을 보이고 더 생각해주지 않았을까?’그런 아쉬운 생각. 그래서 앞으로는 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조금 더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게 살고 싶어요. 특히 가족들이 더 그렇더라구요. 내가 의식하며 사니까 남들은 나의 자세한 것들을 모르잖아요. 성격이나 이런 것들은 특히.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옛날부터 착하게 살걸 (웃음)

 

모리 / 인간관계가 끊기거나 그런 건 없으신?

 

라라 / 그런 건 없어요. 지금도 고향에 가면 날짜가 닿으면 교회에 가고요. 그렇게 말씀하셨던 그분하고도 통화를 자주해요. 동성애에 대해서 죄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전화하고 같이 잘 지내고 있어요.

 

모리 / 별로 그 관계가 변한 건 없는 거네요.

 

라라 / 변한 거 하나도 없죠.

 

 

 

5. 부모모임

 

바람 / 부모모임에 참여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라라 /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오게 되었고 그런 부모모임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굉장히 반가웠어요. 인터넷 상에 부모모임이 있다는 게 너무 반가워가지고 메일로 신청한 거였거든요. 신청하고 왔더니 전화번호로 안내를 해주셨어요. 이렇게 오는 방법을. 그래서 처음 갔을 때부터 굉장히 편하고 정말 이렇게 다 이야기 했잖아요. 자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서 어떤...

 

바람 / 안정감?

 

라라 / 정신과 상담보다 효과적인 상담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1대1 개인으로, 한사람에게 인정받는 게 아니고 여러 다수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 고민하는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말을 수용해주고 위로해주고 한다는 게 굉장한 안정감을 줬어요. 저 개인적으로.

 

바람 / 저도 되게 비슷한 거 같아요. 저도 행성인에 나올 때 되게 뭔가 편안함을 느꼈거든요. 그냥 내 집에 온 것 같다? 근데 부모님들도 약간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오시자마자 눈물 터트리고.

 

라라 / 네. 그게 치유 효과가 있어요. 울면서 이야기 하면. 정신과 상담하신 어머니들 경험담을 들어보면 별다른 게 아니더라고요. 선생님이 자기 속에 있는 걸 계속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뭔지 모르게 치유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 효과가 있어요. 모임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바람 / 처음 부모모임에 나오셨던 때와 비교해서 지금은 어떠세요?

 

라라 / 지금요? 이제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이야기 나누고 듣잖아요. 저도 이 과정을 통해서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채워졌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처음 커밍아웃을 한다거나 아이의 정체성을 알게 되거나 서로 나누지는 않아도 알아보려고 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제가 받았던 것들을 받아 가셨으면 바람이 있어요.

 

바람 / 라라님이 약간 위로 받았고 좋았던 부분을 그분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라라 / 나눠주는 건 아니고 이 모임을 통해서 똑같이 받아가셨으면. 내가 줄 수 있는 건 아니죠. 받아가셨으면 해서 우리 모임이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부모님들이 찾아와주시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바람 / 트랜스젠더 부모모임도 같이 하고 계신데, 우리 모임과 동시에 하시면서 느끼시는 게 있으신지?

 

라라 / 트랜스젠더는 의료적인 과정이 남아 있잖아요.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드신데 그 이후에 아이와 함께 수술이라는 큰 과정을 거치고 호적정정 이라는 과정을 거치시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일상에 적응하는 과정까지 거치셔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드시고 지쳐 계세요. 부모님들이. 그래서 이런 우리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행사라든지 이런 걸 볼 여력이 없어 보였어요. 우리가 맨날, 트랜스젠더는 이상하게 가시화된 당사자들이 없다 그러는데, 그 과정 속에서 너무 지치고 힘드시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사시는 거예요. 그렇구나 라는 이해가 되더라구요.

 

모리 / 사실 그런 게 있잖아요. 우리 모임에 트랜스젠더 부모님이 오셔도 뭔가 좀 아쉬워하면서 다시 안 오게 되고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으로 가시잖아요.

 

라라 / 그게 왜냐하면 거기에 가면 구체적으로 앞으로 수술 하는 과정을 듣고 그렇게 하고 계시거든요. 호르몬 투여를 받고 구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걸 같이 하는 과정에서 행성인 부모모임에 오고 그러시진 않는 것 같아요. 그게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어요.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에도 사실 초기 부모님들은 안 오시고 수술이 끝나고 안정이 된 분들이 정기적으로 오세요. 다녀가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6. 미래

 

바람 / 우리 사회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라라 / 개인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이 문제에 대해 이해를 못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이해를 못하거나 혐오를 하신 다거나 그렇게 이야기 하실 분 들은 많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사회에서 혐오하고 반대하는 그런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런 정당까지 나타났어요. 동성애 반대하는 세력은 굉장히 일부라고 하는데 사실 기독자유당에 들어간 게 대형교회 목사님들이잖아요. 그러면 그 목사님 밑에 있는 성도들은 다 반대한다고 여겨지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보면 아닐 거란 말이에요. 이런 이슈나 문제를 정치적인 거와 결부시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반대하는 목소리가 다른 데에선 나오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싫어하고 동성애자를 싫어하고 어떤 트랜스젠더의 외모가 싫고, 이렇게 강하게 싫어하는 분들이 있을 덴데, 그런 분들이 강하게 반대를 한다거나 혐오 한다고 와서 피켓팅을 하진 않거든요. 우리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건 일부 보수 기독교 종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종교 안에서 일어나야 되는 일을 일반적인 사회문제로 끌어내서 정치화 시키는 건 반대 합니다. 그렇게 안 해 주셨으면.

 

바람 / 성소수자 자녀를 지지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라라 / 우선은 우리 아이가 자존감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요. 자기 긍정성이 낮아서. 그러다보니까 자기가 하는 일도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거 같아 보이지 않고. 그래서 일단 자존감 회복을 했으면 좋겠어요. 장기간에 걸쳐서 상담을 받게 하고 싶거든요.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 같은 게 있으면 참여시키고 싶어요. 근데 안하려고 하죠. “내 문제는 내가 너무 예뻐지고 싶어 한다는데 있어. 수술만 하면 괜찮을 거야.”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자기가 예뻐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 하는 거예요. 아닐 것 같은데.

 

바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라라 / 음 이야기를 많이 해서 (웃음) 하고 싶은 거? 우리 모임에는 커밍아웃을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부모님을 많이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고, 커밍아웃 하고 나서 부모님과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래요. 그래서 그런 어머님들이,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우리 모임에 와서 더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모임을 통해서 그런 고민들을 해결 해 나가셨으면. 그 부모님들이 답을 주진 않지만. 한번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함께 한다는 게 마음에 안정을 주잖아요. 그죠? 집에 있으면 나 혼자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나와 보면 그게 아니거든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런 걸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당사자분들의 부모님들이 다 나오셨으면 다 받아가셨으면.

 

모리 / 그러면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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